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나비춤을 추는 여인

kyeong~ 2005. 4. 11. 17:25

나비춤을 추는 여인

 

초하

 

비를 심고
햇살을 가득 심어
꽃으로 가득한 창을 열고
나는 봄으로 서있다

 

허리가 꼬부라지도록 해해거리는
개나리가 되거나
오줌을 누는 소녀처럼 수줍게 앉아있는
제비꽃이 되거나
가리지 않은 아랫도리가 부끄러운
목련이 되거나
한순간의 그리움을 폭죽처럼 쏟아내는
벚꽃이 되거나
처절하게 붉었던 가슴이 아파
산속으로 산속으로 파고드는
진달래가 되거나
 
낯선 들판의 나비 걸음
빗물에 젖을 리 없는 안개보다 짙은 향기
꽃보다 진한 입엔 꽃술이 달아
코끝에는 꿀물이 흐른다.

200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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