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편지에 대한 상념

kyeong~ 2005. 4. 16. 01:29
편지에 대한 상념

초하


우르르 담장을 넘는 개나리 떼를 만나고도
마음은 아직 봄을 찾지 못했다는 편지에
나는 너에게 꽃이 아닌 걸 알았다
길들여진 계절의 순리가
양지바른 곳부터 음지에 이르기까지
은하수를 삽질해온 듯 젊은 새벽을 만들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너로 통하는 순리의 계절을 찾지 못해
우글거리는 봄을 두고도 마음이 피우는 꽃은 없다
간혹, 계절을 잘못 점친 꽃이
또 다른 계절에 피면 스쳐 지나버리듯이
내가 너의 계절에 물이 오른다면
얇은 블라우스에 그려진 얼음 꽃처럼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고
너는 편지를 또 쓰겠지
잃어버린 계절만 찾아 피는 꽃 때문에
알레르기성 기침이 밤을 샌다

200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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