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무
빈 땅에 발붙이느라
땅의 품만 더듬던 시절
한 줌 햇살에도
다 내밀지 못하던 손
키가 크는 만치
셀 수 없는 손을 내밀며
하늘로 하늘로
고개를 치켜드는 나무들
언덕배기 셋방 집보다
이마가 높은 아파트에
나뭇잎 같은
푸른 인생을 풀던 날
고난도 스타르타 훈련에
돌입한 시야가
새벽달의 궤도를 수정하고
회색 도시를 점령하려는 것 같이
무릎 아래
순결한 약속으로 핀 찔레꽃향기가
푸른 깃을 잡고 흔들지만
밤새 떠 놀던 바람 붐비는 곳에
유희에 젖는 잎들
한 손도 남기 없이 거두어 들여야 할
부끄러운 날들을 미리 알지 못한 체
스카이라인은 절제가 없다.
2005.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