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나도 나무

kyeong~ 2005. 5. 31. 22:17

나도 나무

빈 땅에 발붙이느라
땅의 품만 더듬던 시절
한 줌 햇살에도
다 내밀지 못하던 손
키가 크는 만치
셀 수 없는 손을 내밀며
하늘로 하늘로
고개를 치켜드는 나무들

언덕배기 셋방 집보다
이마가 높은 아파트에
나뭇잎 같은
푸른 인생을 풀던 날
고난도 스타르타 훈련에
돌입한 시야가
새벽달의 궤도를 수정하고
회색 도시를 점령하려는 것 같이

무릎 아래
순결한 약속으로 핀 찔레꽃향기가
푸른 깃을 잡고 흔들지만
밤새 떠 놀던 바람 붐비는 곳에
유희에 젖는 잎들
한 손도 남기 없이 거두어 들여야 할
부끄러운 날들을 미리 알지 못한 체
스카이라인은 절제가 없다.

2005.5.31

'poem-아직도 모르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인산  (0) 2005.06.06
꽃에 대한 반항  (0) 2005.06.03
내가 잊었더라도  (0) 2005.05.27
송화가 가득하니  (0) 2005.05.07
장미정원  (0) 200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