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 路

모도 기행

kyeong~ 2007. 1. 30. 00:36

일이라고 펼쳐 놓으니

언제나 머리가 아프고 집안 형색이 말이 아니다

말없이 도와주는 남편에게도 이제는 얼굴이 두꺼워 질데로 두꺼워졌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바쁜것은 바쁜거고..주말에 콧바람이라도 넣지 않으면

진절머리를 내며 한주를 보내곤 하는데

옆동료가 스치듯 말하는 모도 조각공원이야기가 정수리에 쐐기를 박는다.

모도에 무엇이 어찌하여 좋다는 것보다 나들이 할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는 것에 즐겁다.

 

 

느즈막히 일어난 휴일

토스트와 불루마운틴으로 아침을 밀어 넣고 남편과 길을 나섰다.

가을까지 붉게 바다를 치장했던 염초들이 힘없이 퇴색한 빛깔로 앉아있는 갯펄을 바라보며

시원스레 열려있는 영종대교를 건너 삼목 선착장에 도착했다.

5조원의 보상금이 풀렸다는 영종도...삼목 선착장에 배를 기다리는 차량들도

제법 값나가는 이름들로 가득하다.

 

 

 

섬으로 가는 연인들은 볼수 없고

단지 희끗한 머리에 별 표정없이 따라나선 한 남자와

추위를 막기위한 붉은 점퍼를 걸친 한 여자만이 연인처럼 바다를 옆에두고

서로 마주 보며 웃고 서있었다.

 

영종도- 신도- 시도- 모도-....

징검다리를 건너듯 밟고 가는 섬들

풀잎 몇장 건너가는 무당벌레처럼 펄쩍 펄쩍 뛰어 넘어서

서쪽 끝~ 모도의 배미꾸미 조각공원에 발걸음을 멈췄다.

 

 

이슬 내리듯 부서져 내리는 햇빛,

그렇지만  흔들림 없는 바다는

멀어져 가는지 오는지 모르겠지만

바닷가에 펼쳐진 조각군상들...

결코 조용할 수 없는 시선들이다.

심오하게 바라보지 않아도 전해져 오는 의미들

굳이 서해의 일몰속에 이 많은 조각상들을 밀어 넣어두는 작가의 의도를 알겠다.

불타는 저녘 놀 속에 꿈틀대는 언어와 몸뚱이들

오늘 두점의 조각상이 더 늘었다가 사라지는 것을 난 안다.

 

 

 

별로 찾지 않는 겨울바닷가

스스로 청해서 온사람도

가자고 졸라서 따라 나온 사람도

조각상의 표정을 읽기에 바쁘다.

한참을 그렇게 보내는 동안

따뜻하다 해도 겨울은 겨울인지 몸을 녹이고 싶어

조각공원 안 카페로 들어갔다.

 

 

 

이 카페는 이일호 선생이 작업실로 쓰던 것을 카페로 개조하여

바다를 찾은 이들의 쉼터로 제공되고 있었다

구석구석을 채운 키작은 조각상들이 아무도 없는 이 공간에서 낮잠을 자고

은은한 음악도 공간을 쉼없이 나돌고 있었다

이일호 조각실장이라는 여인이 무료하였던지

차를 연이어 리필해주며 이야기를 들고 나섰다

 

 

 

붉게 물오르는 저녘 햇빛을 타고 또다른 분위기를 느끼게하는 조각상 이야기며

이카페를 찾았던 손님들의 개성있는 이야기, 김기덕 영화감독이야기,

그리고 이제 다 깨어지고 4셋트만 남았다는 짝궁뎅이 컵을 인사동에서 사왔는데

손님들이 자꾸 팔라고 한다는 이야기까지~

할 이야기 많은 바다처럼 이여인도 할 이야기가  밤새도록 쏟아내어도 끝이 없을듯하다.

 

 

뉘엿뉘엿한 햇살이 자꾸만 옆구리를 찌른다

6시 30분 마지막 배를 타기위해 일어서야 하지만

큰 유리를 통해 바라보이는 바다 빛깔이며 군상들의 몸짓에 돌아서고 싶지 않았다.

해안선의 굽이 굽이 보여주는 일몰의 장관을 어찌하면 좋을까?

바닷물을 걷어낸 갯펄도 일몰속에 맡겨지고

이름 없는 작은 섬도 일몰속에 절정의 호흡을 들이킨다.

 

 

 

도시의 사람들이 터를 잡기 전에

몇번쯤은 다시 찾아오겠지

저 젊은 여인과 모도 이야기를 나누고

모도 그림을 그리고 모도에 대한 시를 쓰겠지

모도의 음부까지 읽어내는 날 모도의 노을은 나를 삼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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