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 路

초대, 그리고 동행(3)-하이디 하우스

kyeong~ 2010. 6. 11. 10:47

찔레꽃 꿈

 

 

눈에 익을 대로 익어서

젖무덤 사이를 지나는 것 같이 편안한 길

나무계단을 지나 한 자 폭의 길을 걷자니

취한 듯 흐려지는 발걸음은 

장배기를 넘고 또 넘는 달 같다

 

달빛이 쏟아 내는 찔레꽃밭

하얀 성에 갇혀버렸네

소매 밑 하얀 살이 설탕처럼 녹아내릴 때

줄기를 더듬고 예리하게 돋아나는 촉수들

찔레꽃 향기로 비틀거리는 오월이

달빛을 따라 지고

 

오늘 이후,

열 번째 오월이 찾아왔을 때에도

찔레꽃이 쏟아져 내린 길목에

설탕처럼 녹아내린 영혼이 멈춘다면
오월의 달빛이여

젖무덤 가 부드러운 샛길에

하얀 성 하나 짓고 가소서

웃자란 오월이 비틀거리더라도.

 

梁該憬

2007.6.4. 찔레꽃 피던밤에

 

2010.6.6.용암산 그리고 하이디 하우스에서 벗들과 함께(↓)

길을 나서면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겠죠?

마음 같아선 굿거리 춤 한판 추고 싶은 심정이랍니다

팔자에 역마살이 박혔는지 눈만뜨면 이렇게 길위에서 웃고 싶습니다

 

 

찔레꽃이 길목을 지키는 이곳으로 갔죠

오밀조밀 그리 넓지는 않지만

오월이 물러간 자리를 조용한 발걸음으로 들어서서 차한잔 마시다보면

6월이 어느새  온몸에 물들어 버리는 곳이죠

하얗게 물든 유월에

요 촌장어른 고맙게도 수국꽃 만발한 그늘에서 제대로 꽃비를 선사해주셨답니다

 

꽃창포 물레방아를 타는 길을 따라 들어섰습니다

국수가락같이 미끈한 장다리꽃이 하얗게 앉아 있습니다

꽃은 지천이나 향기는 모르게 나고

그져 조용 조용 시계 바늘처럼 꽃주위를 돌았습니다

돌아도 돌아도 언제나 그자리

그러나 또 돌고 마는 그자리...그러나 참 좋았습니다.

 

 저 촌장 어른의 철모?

물어보고 올 걸!

아니겠다. 무명용사가 부르고 갔을 비목!

저 철모의 아픔을 아는 세대는 어디까지 일까

나도 다알지는 못하지만 아는척 !

 

장다리꽃

/김영란

 

일요일 아침 햇살은

막 헹군 국수가락

한 그릇 멸치장국에

고단한 몸 풀고는

춘삼월 계란 고명을

살며시 와 얹었네

 

촌장어른이 이시가 좋아서 읊고 다녀서 살짝 올려봅니다.

 

 

 

6월 호국의 달

하얀 꽃 피우며

하얀 노래 부르는 듯

장다리꽃 앞에서는 자꾸만 마음이 하얗게 됩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큰소리로 부르지 못하는.

 

 

  

만약, 낯모르는 이가 길을 막아선다면?

돌아가거나 그냥 지나가거나...

꽃이기에

지치지도 않고 피는 붉은 꽃이기에

우린 머물렀다갑니다

그대...내게도 머물다 가소서.

 

장다리꽃 뒤에 수리봉이 신사처럼 앉아있어요

찻집에 앉아

장다리꽃 소리없이 웃는 것도 보고요

유리창에 씌여진 눈에 익은 詩한구절도 따라가 봅니다.

쉬고 있는 사이

한줄기 비가 장다리꽃 피듯이 지나갔습니다. 

 

  

 

  아, 여기도 !

은밀한 시간

유월은 음부천지

벌들의 엉덩이가 참 탐이 납니다.

 그래도 숨을 죽이고 지나갑니다.

 

이꽃은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

갈래 갈래 마음을 들어냅니다

꽃만 그런답디까

저도 사실은 그래요

수만갈래 촉수를 가지고 살지만

꽃잎같은 몇장의 언어로 숨기며 살죠

  

  

낙화!

꽃잎의 인당수던가요

붉은 치마폭

가장 아름다운 낙화, 효녀 심청

 

세상은 인연의 고리

어찌어찌해서 서로 놓아 줄래야 놓아 줄 수없는

인연의 굴레

바람결에 멀리 사라진다해도

그는 엉겅퀴!

 

촌장의 선물

행복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꽃비 선물을 내려 주실 줄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선물입니다.

 

 

 

마음 속에 꼭꼭 숨겨진 이야기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 가리

누가 물어보지도 않겠지만

물어 본다고 하여도

혼자 꼭꼭 숨겼다가

몰래 피었다가 가리

 

 

 꽃잎 같은 이야기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여인이 될래요

나는 그대를,

그대를 생각하는 여인이 될래요

 

 

바람개비 계절을 돌리고

국화꽃 피고지는 그때까지도

길위에서 웃고 있으리라.

 

 한 줄기 소리없이 지나간 비에

마음을 드러내는 꽃의 마음

소리없는 바람에도 파르르 떨리는 꽃잎

꽃밭에 더는 가지 말아야지

내가 자꾸 꽃잎처럼 떨고 있어서.

 

 

시계꽃이라고 합니다

특별한 꽃

촌장이 신통하듯이 들여다보며

이 꽃좀 보고 가라고 길손의 발걸음을 잡습니다.

 

 

바람 지나는 것도 괜찮고

비가 지나는 것도 괜찮은데

시간은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바람보다 빠른것...시간입니다

 

해는 지고

나 이제 돌아서 가야하나

언제 또 여길 오려나

내가 혹여 잊어버리면 어쩌지?

오는 길

가면서 자세히 익혀야지

장다리꽃이 또 필때

길을 몰라 못온다고 하면 안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