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 路

대관령 삼양목장-안개천국, 어디로 가야 하나

kyeong~ 2010. 7. 11. 23:29

 길 위에서

 

길을 몰라도
길을 나서보자
지독한 안개가 앞을 가려도

길은 길의 천성을 버리지 못하지

길을 두고 나서지 못한다는 것은

게으른 꿈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를 일
모호로비치 불연속면처럼 이어지는
곡예 같은 길을 만나도

지나고 나면 최상의 길이 되곤 하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대로 가라

항상 길을 터주는 안개며 바람

이정표는 가슴을 보라

 세상을 익히는 길은 가슴에

그보다 안개보다 짙고 뜨거운 입김이

그대 가슴에 일고 있지 않은가.

 

梁該憬

2010.7.3.대관령면 삼양목장에서

 


 

 여기 같이 앉아서

어디로 향하여 갈 것인가를 상상해보세요

어차피 안개천국이니

눈을 감고 떠올려도 좋아요

 

 여름 꽃이 피어 있고요

길은 고향의 그길처럼 황톳길이네요

차도 없고요

안개비가 내리지만 우산을 안써도 될 것같아요

 

  천국으로  통하는 문

우리 천국으로 간다고 생각해요

참 행복하지요?

스스로 행복하다고 정하고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기로 해요

 

 

 언제나 길은 많아요

이길 저길

어느 길로 갈것인가

그렇지만 어느 간이역에서

서로 만나고 또 헤어지고 그러기도 할 거에요

그러니까 너무 같이 가려고 하지 말아요.

 

 세상이 참 밋밋해요

안개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유유상종 밋밋한 것들끼리 모여 사네요

저기 보이는 작은 집도 그렇구요.

 

 의자에는 쉬었다 가는 사람도 없고

소나무도 그냥 서있네요

그래서 저도 그냥 지나갔어요

가끔 내키보다 큰 것들을 무시하는 재미도 있거든요.

 

 양치기 소년이 없어요

주인없을때 대장노릇 해볼래요?

저 양들 엄청 순해서 하라는대로 할 것 같은데....

 

 물방울때문에

꽃잎이 굴절되어 더 이뻐요

더러는 굴절된 것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모습이 되기도 하거든요

 

 꽃속에 꽃

참 무던하게 보이던 개망초 꽃이

오늘따라 화사하게 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옷을 입었네요

 

 안개천국에서

하루종일 이슬맺힌 모습에 반했네요

여인들의 눈에 촉촉히 맺힌 눈물처럼요

신비로운 모습이였어요

 

꿀풀

여름이면 어디나 지천이죠

오늘따라 이쁘지 않은 것이 없어요

길을 따라간다고 나섰는데

발목을 잡는 것이 너무 많아요

그동안 너무 외로웠나요

눈빛을 자꾸만 나눠주네요

 

가장 싱그러운 초록을 간직한 철

초록이 있어

붉음이 더 짙었던가요?

온몸에 초록을 잘 가꾸었더라면

아마도 내가 그대를 더 붉게 바라보았을지도 모를 일.

 

 

날개가 있어도 쉬어가고 싶은 날입니다

어디로 가려고 했던 걸까요

우리 간이역에서 만났네요

서로 다른길을 왔었지만.

 

 한참이나  걸어가느라 수고 많았죠

쉬지않고 가는 것도 좋지만

가슴 넓어지는 곳에서

가끔 쉬어가요

내가 그 옆에 앉아 줄테니.

 

 참 고요한 세상입니다

꽃잎하나

이슬하나

움직이는 것이 없습니다

바람도 그맘을 알고서....

 

 안개 속에서도

이렇게 영농한 세상이 있습니다

길을 몰라도 길을 나서보세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찬란한 세상을 만나는 일

얼마나 황홀한지 아시나요?

그래서 난 늘 떠나는 꿈을 꾸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