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 路

남한산성-그대가 있는 한 들꽃이며 나무며 사랑해야지

kyeong~ 2010. 6. 15. 17:05

들꽃

 

넘실거리며 오는 햇빛을 피해

아무데나 앉아도

옆에 따라 앉는 꽃

오랫동안 들꽃이라 불렀다

이름을 알고도 들꽃이라 불렀다

 

이웃에서 얻어 온 화초

생각날 때마다 물을 주기는 했지만

꽃이 안 피는 줄 알았다

아직도 이름을 모르지만

십년 만에 꽃이 피었다

 

길을 가다가 앉으면

바람처럼 곁에 앉는 이가 있다

꽃처럼 웃으며 앉는 이

들판에 그냥 두고 왔다

한평생, 그는 들꽃

 

梁該憬

2010.6.13.남한산성에서

 

 

 

개망초- 이름을 알고도

나는 들꽃이라 한다

들꽃, 우리...

꽃이름을 붙이는 순간 섬이 되기 때문에

이꽃 저꽃 함께 가는 우리가 좋다

들꽃이 좋다.

 

길을 가다가 아무데나 앉아서

옆에 풀썩 같이 앉아 웃는 꽃

집에 키우는 꽃보다

더 자세히 볼때가 많다.

 

벌이 아닌 꽃들의 늑대

가끔 늑대의 촉감이 좋다고 하던데

웃고 있는 꽃

표정 보이죠? 하하하하 ..

 

뱀딸기-사매(蛇苺)

유월마다 만나는 딸기

길섶마다 만나는 딸기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그냥 갑니다

색이 저리 붉은데도.

 

간밤 비에

온몸을 씻어 내리고도

아직도 촉촉히

나는 촉촉한 그대가 좋아서

푸른 그대가 좋아서

머물다 갑니다.

 

입이 검도록 먹었던 적 있죠

버찌

산벚꽃이 피던자리에

버찌가 익어갑니다

얼마나 행운입니까

그대에게 별 할말이 없을때

"우리 버찌 하나씩 먹어볼까?"

 

 

가을보다 더 붉은 우리

철이 문제겠습니까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너나 나나

붉은 빛으로 지내는 것

당연한 일이죠.

 

청보리 밭에는 못 같습니다

넘실대며 오는 햇빛이

보리밭을 지나왔기 때문이랍니다

길가다가 보리밭도 아닌데

피어있는 보리가 하도 이뻐서

그에게 눈빛을 줬습니다

잘했지요?

 

이끼에게 다가갔습니다

숨을 죽이고

저 작은 얼굴을 마주하기 위해서

호흡도 할수 없었습니다

이끼 그도 내가 얼마나 숨죽이고 가까이 했는지

알고 있는 거니?

 

 

그대가 있는 한

아무리 작은 것도

사랑하며 살 것입니다

그대가 있는 한

꽃이라는 꽃은

모두 아름다워 죽을 것 같습니다.

 

 꽃도 아닌데 여기에

지천에 널린 꽃을 두고 여기에

님그림자 드리웠던 자리일까

아니다, 내가 지나가리라는 꿈이라도 꾸었을거야. 

 

 

담 너머 핀꽃

그곳에 있어도

난 금방 알아냅니다

다음에 만날때는 좀더 웃어 주세요 

 

남한산성 길옆에는 소나무가 참 많아요

다른 나무도 많지만

소나무 곁을 스쳤습니다

좀 늦었지만

솔꽃향이 아직도 그립기 때문입니다.

 

내안에 있는 것은 가끔

어둡고 분간이 안갑니다

그럴때 세상밖을 바라보면

모든것이 내것인양 보일때가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것보다

멀리 있는 그대가 더 아름다운 것도  그때문인가 합니다.

 

남한 산성 서문

벗들을 기다리며

석문을 들어갔다가 나갔다가

그리고 성루에 올랐다가 내려왔다가

기다리는 일이 없었다면

아마 그냥 지나갔을 겁니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은 외에 보너스가 붙기 마련입니다.

 

 

홀로 걷는 이

저사람은 누구 일까

나도 홀로 걷는 것 좋아하는데...

홀로 걷는 기쁨을 알기에

누구인지 몰라도 참 멋져 보입니다.

 

 

 누구를 위해 손을 봐둔 길인지 몰라도

전 그냥 원초의 길이 좋습니다

아무렇게 생긴 돌이 발에 체이고

아무렇게 떨어진 낙엽을 밟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