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 路

양떼목장- 잠자리 날개같은 안개가 지나는 여름

kyeong~ 2010. 7. 17. 10:11

경계를 지우다


42번 도로를 타고
집으로 달려간다
하늘이 내려오고
길은 바람개비를 돌리며 달린다
산들이 만든 풍경의 안쪽에서
존재를 알리던 경계를
스럼스럼 지우는 안개

너른 안개의 극치
시간의 지평 위에
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유는
경계를 지워내는 일 때문이다

잠자리 날개보다 얇은 안개가

경계를 지운다

경계없는 너와 나는

바람개비를 돌리는 길을 따라 간다.

 

 

梁該憬

2005.8.9. 강릉 가는 길에서

 

 (사진은 2010.7.3.토)

 

집으로 가는 길은

새로난 길도 있고 옛길도 있어요

옛길 정상에 자리한 대관령 휴게소에서

한우볶음 한접시 해치우고

불룩한 배를 앞세워 느릿느릿 양떼목장을 걸었어요

 

 

안개 숲에 눕고 싶었어요

저 양떼들처럼요

촉촉히 내리는 안개 숲

푸른 초원 위에 누워서 한동안 있고 싶었지요

 

 

 시골 길 같은 이길을 따라 걸었어요

앞서 간 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뒤따라 오는 이가 누구인지 몰라요

경계를 지우는 편안한 이세상에

꿈꾸듯 길을 걸었어요.

 

 

  길 옆으로

천국으로 가는 길 같이

꽃들이 피어 있었고

숲에서  풀벌레도 울었어요

금방 안개속에 희석이 되었지만.

 

저기 나무처럼 홀로 서있으나

이쪽에서 홀로 걸으나

가까이 가지 않아도

서로 아름다운 것들이라라고 여기겠죠

가까이 다가서야만 아름다운 것인가요.

 

 

아예 문이 없어요

길을 가는자 누구든 쉬어가도 된답니다

가만히 서서

밀려가는 안개 물살을 바라보세요

미세한 그 흐름을 바라보세요

금방 안개속으로 튀어나가게 된답니다.

 

 것 봐요

집 밖으로 나와

안개속에 섞여 지내길 바라잖아요

 

 

   저 뾰족뾰족하게 살아온 침엽수도

안개속에는 말이 없잖아요

안개속을 걷는 이유는

할말이 없어도 좋은 것 때문이에요

세상살이가 꼭 말이 필요한 것 아니거든요

 

 

 말없이 온것들이 모여

이렇게 영롱하게 빛나잖아요

방울 방울

세상 이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어딨을라구요

 

잠시 맺혔다가는 아름다움일지라도

제눈에는 천금만금같은 모습들이에요

바람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숨을 멈추고 가까이 또 가까이...

 

어릴때나 지금이나

낯선 곳이나

낯익은 곳이나

혼자이거나 둘이거나

길 위에서 자주 만나요

툭 치고 인사할까 하다가

그냥 지나갔지요

아무리 오랫동안 알고지내도

인사못한 그대들 강아지풀을 그냥 지나는 심정처럼 여겨주세요

 

인생은 그네 같기도 하고

시계추같기도 하고

반복적인 반경으로 왔다 갔다....

그 반복적인 것속에도 쉬얼갈 자리가 있으니.

 

자작나무-달빛에서도 보았구요

무더기로 있는 숲도 보았지만요

안개속에서 만나니

더 반갑네요

그 이름을 안다는 것은

어디서 만나더라도 반가운 일어더라구요

 

자작나무는 내게

문을 열어 두고 기다리는 것을 알았어요

내 이름을 안다면

그대 언제든 머물렀다 갈까요?

 

이름을 안다는 것은

함께 걸어가는 일과 같은 일

멀리 있어도

이미 가슴의 손을 내밀어 함께 걸어가는 일

그대...내이름을 알거들랑

외롭다 마세요

 

 

양떼 목장에서 쉬었으니

이제 집으로 가야지...
 

집으로 가는 길

 

한 해에 몇 번씩 집에 간다

50번 고속국도를 타거나

42번 국도를 타고서...,

이 길이나 저 길이나

집으로 가는 여름은 안개 천국이다

강풍구간에서 바람을 만나고

안개구간에서 안개를 만나고

터널이 몇 개고 휴게소가 몇 개인지

집으로 가는 길을 외우며 간다

싸리꽃을 섞어서 밀려오는 안개 숲

그래도 집으로 가는 길은 다 안다.

 

梁該憬

201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