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 꽃이 필 때에
내리는 비는
자운영꽃 알갱이만한 비가 온다
젖었다가 말랐다가 온종일
비는 꽃 속에 들고
꽃은 하늘을 보며 딴청이네
자운영 설레이는 마음을 알랴
뻐꾹새 빗속에서 울고
하늘이 뿌연 날은
자운영이 신발 위에 올라앉는다.
2010.5.13. 퇴촌에서
저강을 몇 번이나 보았던가
오면서 가면서
이웃집 담너머 바라보듯.
강가에 왠일로 손님의 발걸음으로 찾아들었습니다.
오는 길을 알았으니
이젠 이웃사촌이 되는 날도 멀지 않았지요.
먼저 와서 자리잡고 앉아있는 물방울들
둥글게 둥글게 자리를 내어 주는 오월
오월에는 오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냥 연락없이 왔습니다만
편한자리 골라 앉겠습니다.
아이리스 꽃옆에 앉았습니다
할 이야기 참 많습니다만
목젖 내어놓고 할이야기 참 많습니다만.
오월은 왠지
소리없이 웃는 꽃이 되고 싶습니다
웃는 것 마져도
풀잎 뒤에서 소리없이 웃고 싶었습니다.
웃음 소리에
행여
물방울들이 추락하는 일
아프잖아요
오월에 온 손님귀하
소중한 손님귀하 입니다.
병꽃-사람이 그리울 나이처럼 생긴 꽃입니다
꽃으로 피는 소망말고
붉게 붉게 이야기하는 소망말고
상냥하게 나비를 맞이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비오는 날은
어찌이리 수줍은것들만 나섰는지...
왠만하면 나좀 수줍어하면 안될까
먼저나서 저리 서있으면
나는 뭐 무심해지라는 말인가
비오는 날은 나도 좀 수줍어 하자.
청보라아이리스-나비를 기다리다 나비가 되었네
풀숲에 나비처럼 앉아
비오는 것도 잊고 풀숲에 앉아
날개가 젖었네
비오는 것도 몰라 날개가 젖었네.
요단강 건너가는 빗물같이
천국으로 가는 빗물같이
가끔 비오는 날은
천국으로 건너간다
한없이 건너가고싶은 오월의 강이여.
순번없이 건너고
대기자도 순번이 없다
서있는 것
누워있는 것
하늘을 보는 것
아래로 보는 것
모두가 순서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오월에는
풀물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희다는 것은 홀로가는 것
풀물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오월이고 싶습니다.
아카시아 꽃잎속에 들어있는 꿀
아카시아꽃잎 목젖을 타고 넘을때
융숭한 맛
인생은 참 영화처럼 달콤합니다.
자운영꽃잎 알갱이만한 비가 오는 날은
자꾸만
꽃잎이 발등에 올라앉는다
뻐꾹새 비속에 울어도
딴청을 부리는 마음을 알랴
꽃잎 알갱이만한 비가
자운영꽃잎에 안겨도
딴청부리는 자운영
뻐꾹새 비속에 울어도.
높이 나는 것은 없다
앉아서도 보이는 오월
빗물이 발걸음을 헛디딘다
풀숲에 자꾸만 엉켜드는 빗물
바람부는 골짜기를 두고
길섶에 앉아있는 것은
하루종일 누워있는 길이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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