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선운사에 간다
낯선 곳이 없어서 편안히 간다
절정으로 웃고 있는 동백의 목젖이 그립고
도솔암 문전에서 침묵하는 하늘이 그리운 날에는
비가와도 선운사에 간다
밤새 기침를 하고도 너에게 간다
하도 편안해서 물어보지도 않고 간다
봄비 오듯 소리 없이 갔다가
네가 없을지라 하더라도 무작정 가고 싶다
없으면 다시 가면 되니까
동백꽃 목젖보다 더 깊이
네가 그리운 날에는
만세루에 앉아 무늬를 센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부처가 키우는 배롱나무 무늬를 센다.
梁該憬
2012.4.22. 선운사에서
고향과 가까운 곳도 아니요
벗이 가까이 살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찌하여
선운사에 발걸음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열번을 넘어 선운사 부처를 만나고 보니
비가 온다고 해도
바람이 분다고 해도
아주 친근한 벗에게 가는 것처럼
여유롭고 편안한 발걸음입니다.
혹시 그런 친구 있던가요?
내마음에 바람이 불고
비가 한없이 내릴때
무작정 다가설수 있는 그런 친구 있습니까?
지난 겨울 폭설이 내린 새벽
잠도 덜 깬 새벽에
홀로 법당으로 들어섰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때 초라했던 내모습을 홀로 기억하고
이번에는 그냥 선운사 부처를 외면하고
도솔천 물길과 같이 그냥 그렇게 지나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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