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寺

천은사-모과 냄새 흥건한 절집에 앉아

kyeong~ 2011. 11. 5. 23:10

천은사에서

 

뜨락에 앉았으니

모과 익는 냄새에

눈이 시리다

천 년을 지나온 절집에서

모과향이 베인 가을을 만났다

 

단풍만 흥건한 가을을 만나다가

향기 좋은 가을을 만날 줄 몰랐다

오십 번째 가을을 따라

흰머리 잡풀처럼 나풀거려

사는 게 단내가 날 것 같았는데

 

좋다. 참 좋다

못 생긴 나이에

모과냄새 흥건한 절집에 앉았으니

천 년의 풍경 앞에

다 주어도 좋을 내 나이.

 

梁該憬

2011.10.23. 미로면 천은사에서

 

* 天恩寺-하늘의 은혜를 입었다는 사찰로

천은 이승휴가 발해를 최초로 우리 역사로 최초로 편입한 역사서

"제왕운기"를 집필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