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에서
바람과 겨울이 드나들고
봄볕이 가득히 쏟아지고
유난히 파란 잎이 와르르 밀려왔어도
그 마당은 넓었다
욕심과 사람이 들락거리고
수많은 낙엽이 법정의 뜨락에 웅크리고 있다
과거를 까마득히 잊은 내가
절간의 뜨락에 유령처럼 앉아 있어도
그 마당은 넓었다
백석을 사랑을 까마득히 잊고
무소유만 기억하는 나는.
梁該憬
2013. 3. 16. 길상사에서
봄볕이 오랫만에 정이 깊다
이른 아침부터 순한 봄볕이 길상사 마당을 가득 채웠다
처음 왔어도 낯설지 않은 절간 마당
초봄의 한나절을 넓은 마당을 거닐며 보냈다.
길상사를 나서자
맞은편에
한복 디자이너이자
보자기 아티스트인 효재의 집이 보인다
유리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그의 손끝을 묻어나는 갖가지 소품들이 보였다
잠겨져 있는 문을 잠시 흔들어보다가 돌아섰다
언젠가는 저 공방을 들어서볼날 있겠지
예쁜 그녀의 미소와 이야기를 가까이서 볼 날 있겠지....
여기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절간 마당만 밟고 나면
마음은 새털이 된다
볕좋고 가벼운 이마음을 또 어디로 데려갈까
잠시 요기를 하며 생각하기로 했다.
담백하고 심심한 식사를 했다
콩죽과 깨죽으로....
길상사에서 멀지 않은 화계사로 갔다
파란눈의 스님이 계신다는 소리를 듣고서.............
"현각스님 -- 卍行,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파란눈 현각스님의 다큐가 알려진 사찰이기도 하다.
조계사(曹溪寺)의 말사이다.
1522년(중종 17) 신월(信月)이 창건했고
1618년(광해군 10) 화재로 전소되자 흥덕대군(興德大君)의 시주로 도월(道月)이 중창했다.
그뒤 건물이 많이 퇴락하자 1866년(고종 3) 용선(龍船)과 범운(梵雲)이 흥선대원군의 시주를 받아 중창했으며
이후로도 몇 차례의 중수가 있었다.
현재 당우로는 대웅전·명부전·삼성각·천불오백성전(千佛五百聖殿)·범종각·보화루·학서루(鶴棲樓) 등이 남아 있다.
대웅전은 팔작지붕 다포계(多包系)로 현판은 당대의 명필 신관호(申觀浩)의 필적이며
명부전의 현판과 주련은 흥선대원군의 친필이다.
또 이 절에는 1898년 경상북도 풍기 희방사(喜方寺)에서 옮겨온 대종(大鐘)과 북이 있다.
화계사 마당에는 축원지를 적어서
매달아 두는 곳이 있다
누구나 소원을 적어서 매달아 두면
화계사에서 축원을 빌어주고 소각을 한다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재미삼아 소원을 적는 사람들이 있다
파란종이에 소원을 적고
합장을 했다.
수많은 소원
꼭 이룰수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오전에 들렀던 길상사에서
혼을 많이 빼았겼었나보다
마당에 발을 들여놓다 말고
절간 마당을 빠져 나와서
화계사 옆 삼각산 둘레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파란눈의 스님을 만날생각도 하지 않은체......
아마도 또다른 날을 기약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산에서 밀려오는 바람과 산내음이 나를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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