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에서
여기에 오거든
설렘을 거두고
묵묵히 걸어가라
비밀스러운 비경도 없고
감탄스런 기암은 없다
바람의 속도로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라
속을 다 보여주는 산줄기
하늘과 맞닿은 저끝에
살아온 날들이 등을 보여주며 가고 있다
굽이치는 등줄기 위로
쉴 새 없이 넘나드는 바람처럼
멀리멀리 요동쳐 갔다가
다시 돌아오길 몇번인가
밤새도록 덕유산 넘나드는 바람이고 싶다
아니다 덕유산 등줄기 같은 길이 되어
그에게 내어 주고 싶다.
梁該憬
2012.2.19.덕유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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