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란다
비가 오는 일은
이제 참 익숙한 일이다
우산을 써야겠지만
맞아도 될 것 같고
한여름에 비를 맞는 일은 아주 익숙한 일이다
비를 맞으며 산으로 가는 일이나
산으로 오르는 사람을 무시하고
센 걸음으로 달려오는 빗방울이나
그동안 알면서도 모르는 것 같이
모르면서도 아는 것 같이
한여름을 지나가고 있는 나의 풍경이다.
비가 오는 날엔
가슴은 물방울처럼 투명해지겠지만
사실은 너에 대해 무심하다
비에 흠뻑 빠진 산을 걷노라면
산이 뭐 별건가
내가 산이지
비에 흠뻑 빠진 내가 산이라는 거지
비에 젖은 산이 되어봐
너에게 마음 줄 겨를이 있겠는가
이렇게라도 난, 비에게 주었던 마음을 돌려받아
언제 녹을지도 모르는 소금 편지를 쓴다
미안하다. 너무 익숙한 것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일은 습관이란다.
비가 사는 세상에 들어서봐
세상에 비 아닌 것이 있겠는가
모든 것이 이름없이 떠돌다
비는 비일뿐이고
너에 대해서도 무색 투명한 비일뿐이고
우린 찬란한 가슴을 가졌다가도
비가 사는 세상처럼
아무것도 아닌체로 산을 내려가는 것
그래서 난 너에게
또 편지를 쓴다
습관처럼 마음을 내어주는 일은
비같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란다.
梁該憬
2012. 7. 15. 삼각산 탕춘대능선 우중산행중에
'poem-아직도 모르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야봉에서(설악산) (0) | 2013.04.29 |
---|---|
여름 산행(칠보산) (0) | 2013.04.29 |
절벽을 오르다(신불산) (0) | 2013.04.29 |
묘향대(지리산 반야봉) (0) | 2013.04.29 |
찔레꽃 꿈 (0) | 2013.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