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아니란다(북한산 탕춘대능선)

kyeong~ 2013. 4. 29. 19:57

 

 

 

아무것도 아니란다

 

비가 오는 일은

이제 참 익숙한 일이다

우산을 써야겠지만

맞아도 될 것 같고

한여름에 비를 맞는 일은 아주 익숙한 일이다

비를 맞으며 산으로 가는 일이나

산으로 오르는 사람을 무시하고

센 걸음으로 달려오는 빗방울이나

그동안 알면서도 모르는 것 같이

모르면서도 아는 것 같이

한여름을 지나가고 있는 나의 풍경이다.

 

비가 오는 날엔

가슴은 물방울처럼 투명해지겠지만

사실은 너에 대해 무심하다

비에 흠뻑 빠진 산을 걷노라면

산이 뭐 별건가

내가 산이지

비에 흠뻑 빠진 내가 산이라는 거지

비에 젖은 산이 되어봐

너에게 마음 줄 겨를이 있겠는가

이렇게라도 난, 비에게 주었던 마음을 돌려받아

언제 녹을지도 모르는 소금 편지를 쓴다

미안하다. 너무 익숙한 것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일은 습관이란다.

 

비가 사는 세상에 들어서봐

세상에 비 아닌 것이 있겠는가

모든 것이 이름없이 떠돌다

비는 비일뿐이고

너에 대해서도 무색 투명한 비일뿐이고

우린 찬란한 가슴을 가졌다가도

비가 사는 세상처럼

아무것도 아닌체로 산을 내려가는 것

그래서 난 너에게

또 편지를 쓴다

습관처럼 마음을 내어주는 일은

비같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란다.

 

梁該憬 

2012. 7. 15. 삼각산 탕춘대능선 우중산행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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