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행
삼복에 산을 오르자니 가슴은
삼계탕에 들어 있는 찹쌀죽을 끓이는 것 같다
단내를 내며 여름을 떠받들고 있는 풀잎들
천 개의 혀를 가진 나무들이 더위를 물고 있다
아무 데나 털썩 걸터앉는 여름
아는 이름 없는 낯선 흙을 밟으며
아홉 봉우리 언제 다 넘어갈 수 있으려나
바위처럼 생각은 무디고
가슴에서는 여전히 죽이 끓고 있다
뜨거운 것뿐인 꼭대기에서
제멋대로 누워있는 구름을 본다
바람을 잡았다가 흘렸다가
바람을 손질하는 구름
가슴에 끓이던 죽을 내려놓고
구름 속으로 들어가 어느새 바람이 되었네.
梁該憬
2012. 7. 28. 칠보산에서
'poem-아직도 모르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선암(영월) (0) | 2013.04.29 |
---|---|
희야봉에서(설악산) (0) | 2013.04.29 |
아무것도 아니란다(북한산 탕춘대능선) (0) | 2013.04.29 |
절벽을 오르다(신불산) (0) | 2013.04.29 |
묘향대(지리산 반야봉) (0) | 2013.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