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어릴 적에는 나무가 집보다 높았다
집보다 높은 나무를 보며 자랐다
집보다 많은 나무 숲에서
문풍지 소리 높아지는 밤
나무들 우는 소리 정겹게 살았다
한때 어촌마을이었던 신도시에 갔다
건물, 건물, 건물, 건물, 키 작은 나무
키가 큰 건물은 석양에 이마가 반들거렸다
나무보다 높은 건물 숲에서
내가 누구인지 까마득하다
사람들은 어둠의 절벽으로 들어가고
밖에서 아무나 잡아끌던 바람은 맥없이 사라져갔다
이 도시에서는 맥없이 사라는 지는 것이 있다
갯벌 말고, 바람 말고, 나 말고,
책갈피 속으로 들어가던 구멍 난 잎
梁該憬
2012.11.24. 송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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