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으면 좋겠는데
산에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비가 내린다.
눈이 왔으면 좋겠는데
겨울비가 내린다
마음은 이미 산을 오르고 있는데
망설이면 무엇하나
높이 올라가면 눈으로 바뀌겠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만 보면 좋아서 무작정 오르는 길
길을 나설 때, 비가 오면 오르지 말라던
남편의 말을 까마득히 잊었다
그 사람은 산을 모르니까
마침내 눈이 내린다
2,000원짜리 비닐 옷을 벗어 던지고
눈길을 걷는다
여기저기서 손짓하는 눈의 정령들
정령과 교감하는 사이
세상을 잊고 몽환으로 접어들었다
옷이 젖는지도 모르고
눈과 비에도 하염없이 아름다운 나무, 나무들
그런데 나는 눈을 맞으면 아랫도리까지 젖는다
산에서 내려와 옷을 말리며
또다시 산을 꿈꾼다
정령의 숲에서 잠들기 위하여.
梁該憬
2014.1.25.진눈깨비 오던 날 계방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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