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해외여행-아시아/네팔-안나푸르나서킷

20240423.안나푸르나 서킷 7일차(레다르→토롱패디bc)-9day

kyeong~ 2024. 5. 12. 00:10

네팔 안나푸르나 12박 13일 일정

  • 인천공항   카트만두 1박 → 베시샤하르   →차매 1박
  • 트레킹 1일 차 : 차매 → 로우피상 1박(15km, 8시간)
  • 트레킹 2일 차 : 로우피상 → 마낭(15km, 7시간 30분)
  • 트레킹 3일 차 : 마낭→ 프라켄곰파왕복  마냥 1박 (고산병 적응, 6km, 3시간 20분)
  • 트레킹 4일 차 : 마낭→ 틸리초베이스캠프 1박(14km, 7시간)
  • 트레킹 5일 차 : 틸리쵸bc → 틸리쵸호수 왕복 → 틸리쵸 bc → 시리카르카1박(16km, 9시간)
  • 트레킹 6일 차 : 시리카르카 →레다르(13km,7시간)
  • 트레킹 7일 차 : 레다르→ 토롱패디bc 1박(6km. 3시간30분)
  • 트레킹 8일 차 :토롱패디bc  → 토롱나패스 → 묵티나트  → 좀솜 1박(13.5km 9시간)
  • 좀솜  → 포카라  →  카트만두 1박 → 내 팔궁전 및 원숭이 공원  → 기내 1박  인천공항

  • 2024.04.23.화 /맑음 오후 눈
  • 레다르(4200m)→랜드슬라이스구간 → 토롱패디bc(4520m)
  • 토롱라패스 트레킹팀과 츌루웨스트 산행팀 코스가 달라짐
  • 9시 출발-12시 30분 도착
  • 이동거리 6km
  • 점심과 저녘 토롱패디bc에서 식사

 

4200 고지의 긴 밤을 벗어나 어느새 아침이다

틸리쵸를 넘느라 먹었던 에너지드링크제에 카페인 함량이 높아서

어젯밤을 설치게 한 탓인지

레다르에서의 밤은 곤하게 잘 잤다 

넓은 창밖으로 산머리에 붉은빛이 드리워져 있지만

새벽이면 진하게 맛 볼 수 있는 일출의 시간이 지났다 

산이 깊다 보니 둥근 해는 기대하기 힘들다

태양도 높은 산자락을 넘다보니 푹 퍼져 버린다

 

 

이 붉은 카고백 보따리에 히말라야 트레킹의 필수품이 모두 들어있다

가방하나에 15kg가 넘는데 두 개를 묶어서 포터들이 지고 오르는 것이다

이것저것 필수품을 많이 챙겨 온 게 미안하다 

그들은 우리의 길을 열어주는 길라잡이요 

동행하는 동료인데 짐을 지게 하는 것이 미안하다

진정한 산꾼은 몇 개의 옷과 필수품을 챙겨 본인 배낭을 지고 올라야 제맛인데 말이다

 

 

레다르의 아침 식사

아침밥을 두 공기씩 싹싹 비우고 숭늉까지 마셨다

동남아 쪽의 마르고 길쭉한 안남미가 아니라

한국인이 좋아하는 찰지고 통통한 쌀밥을 먹게 해 주는 셰프

우리팀은 5400 고지를 넘기 위해서는

잘 먹는 것이 진리라는 생각에 일치했다

 

 

오늘 가야 할 방향의 하늘

토롱라 쪽으로 먹구름이 가득하다

깜깜이 통신지역을 뚫고 용케도 기상예보가 핸드폰에 날아든다

오늘 오후 기상소식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곳까지 함께 했던 산악팀과 트레킹팀의 길이 달라진다

산악팀은 출르웨스트피크 6400 고지로 산악전문 가이드와 함께 산으로 간다

토롱라패스보다 1000 고지를 더 올리고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 토롱라패스를 넘는다고 한다 

며칠 동안 함께 걸으며 정들었는데 등반 성공을 기원하며 헤어졌다

나중에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며

정상 500미터를 남기고 기상악화로 인해 하산했다고 들었다 

 

 

산악부들이 먼저 떠나고

우린 천천히 아침 9시 출발

오늘은 도상거리 6km만 이동하면 된다고 한다

이곳 레다르는 4200 고지

오늘의 목적지 토롱패디bc 4500 고지

중간에 랜드슬라이스 구간이 있긴 하지만 일단 거리가 짧으니 마음이 편하다

 

 

우리가 가야 할 토롱라 방향

 

 

작고 귀여운 우리의 선두 가이드

차분하고 자상한 가이드

페이스 조절을 위해 가이드를 앞서 가지 말라고 몇 번 이야기했다

무리하지 말라는 당부를 여러 번 했다 

 

 

2km 정도마다 화장실이 있다

토롱라 하이캠프까지 이어지는 전봇대

전선이 여러 가닥으로 걸려있다 

안나푸르나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서 

화장실과 전기사정 그리고 롯지 등이

도시의 생활환경과는 비교가 안되게 열악하지만

히말라야의 다른 트레킹 지역보다 여건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바닥에 안내 표식이 가끔 보이기도 한다

국립공원의 표식과 개인 소유의 표식은 다르다고 하는데

붉은색은 국립공원을 뜻한다고 한다 

높고 험준한 산

그 너머의 산이 보이지 않는 길

길은 우리의 목적지까지 나있다는 것만 알뿐

처음 접하는 안나푸르나의 모습들을 보면서 감탄해야 한다

 

 

엉성한 다리 위를 지나

금방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길이다

수백 년 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푸석푸석해진 길

한겨울엔 눈의 무게에 못 이겨 산사태가 날 것 같다

푸석하게 누워있는 눈덩이가 집나온 아이같다 

 

 

오던 길을 뒤돌아보니...

이젠 안나푸르나 산군들이 많이 멀어졌다

지금까지 걸었던 구간이 며칠 합해 100km로 안되는데도 힘들고 지치는데

히말라야 동서 횡단 1700km에 도전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무쇠의 힘을 가진 걸까

한국인중 동서횡단 1700km에 성공한 사람중에 환갑지난 여자분도 있다

내가 경험해봐야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수 있다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그들이 금방지나온 지역이 산사태로 허물어진곳도 있고

지진으로 묻혀버린 곳도 있다고 한다

얼마나 진땀나는 경험이었는지 듣기만해도 오싹해진다

 

 

 

약간의 급경사를 올라와 

허름한 가게 앞에 앉았으니

멀어졌던 안나 3봉이 이 건너다 보인다

영원히 내것은 아니지만 며칠 동안 스치며 바라본 순백의 풍경

고가의 화폭이 아무리 값지다고 하나 이만큼 웅장하지는 않다

카메라에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토롱라 쪽으로 올려다보니 구름이 점점 검어지는 게 심상찮다

거의 다 왔는데 하늘은 점점 심술궂은 색깔을 보이는지

금방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산사태구간 뒤로 늠름한 암릉이 장벽을 이루고 있다 

 

 

몸에 지닌 수분을 조절하기 위해 현지에 적응한 것인지

고산으로 올라올수록 가시 돋친 나무들이 바닥에 붙어서 산다

황무지에 많았던 선인장의 가시가 생각난다

 

 

틸리쵸에서 보았던 랜드슬라이스 구간이 이곳에도 있다 

가이드가 주의를 준다

한 사람씩 떨어져서 걸어가고 빨리 지나가라고...

 

오늘따라 유난히 처져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신경 쓰이는지 가이드는 앞서 가지 못하고

뒷사람을 챙기고 있다 

 

 

뒤돌아보니 힘들어하던 분이  못 쫓아오는 건지 보이질 않는다

다들 가고 없는데 혼자서 떨어져 걸어오고 있나 보다

혼자 떨어지면 무섭기도 할 텐데....

따라오지 못하고 쳐지는 기분, 이 낯선곳에서 얼마나 울컥할까

 

 

1km 정도 이어지는 랜드 슬라이스구간

경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힘이 빠지고 호흡하기 힘들어진다 

속이 꽉 막히는 기분이다 

몸이 힘든 것이 아니라 호흡이 멈추는 느낌이라 순간 겁이 난다

 

주저앉아 쉴 수도 없는 구간이라

모두 앞으로 가버렸다 

응급용으로 가져간 천식 흡입기를 한번 들이켜도 자꾸 가슴이 막힌다

발걸음은 안 떨어지고 호흡은 힘들다

 

 

쉬면 안 되는 구간이지만

잠시 주저앉아 쉬면서.....

호흡을 다독거렸더니 조금 괜찮아졌다

그래도 더 쉬면서

저만치 멀어져 가는 사람들을 남기고,

 

 

만리장성 같은 암벽

높은 고개에서 내려오는 바람과 눈을 막아줄 것 같다

4500고지까 올라왔는데 토롱패디의 4월은 눈이 없다 

메마른 바람이 몰고 온 흐린 하늘이 시커먼 암릉과 색깔을 같이 한다 

 

 

드디어 토롱패디bc 4520m: 

원래는 여기서 대략 1킬로 더 올라가 4900 고지에 위치한 하이캠프에서 숙박하려 했는데

그곳에서 식당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예약을 할 수도 없고 당일 상황에 따라 식당을 빌려준다고 한다

식당을 빌려야 한국음식을 만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캠프는 국립이고 그 아래 토롱패디 bc는 개인이 운영한다고 한다 

내일 가장 힘든 곳을 오르기 위해서 하이캠프까지 오르면 얼마나 좋을까만

상황에 따라 수긍을 해야 할 판이다

가이드가 혼자서 하이캠프까지 올라가서 식당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헛걸음을 했다고 한다

 

숙소의 환경은 하이캠프보다 토롱패디bc가 더 좋고 주인 인심도 더 후한 편이라고 한다

하이캠프는 4900고지라서 수면에도 힘이 들어서

간혹 어떤 사람은 토롱패디 bc (4500m)에서 쉬는 것이 더 안락하다고 한다 

 

 

12시30분 토롱패디에 도착

토롱패디는 토롱라의 아랫동네라는 뜻이다

대략6km를 걷는데 3시간 30분 소요했다

이 식당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고

나머지 남는 시간은 난롯가에 앉아서 

들려오는 음악과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며칠간 긴 트레킹을 하던 중 가장 여유롭고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날이다

각국의 트레커들이 난롯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들만의 대화가 오고 간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표정과 몸짓만 보아도 일행인 듯 즐겁다

 

오후가 되면서 밖에는 눈이 내린다

혹시 이 눈이 밤새도록 내려

내일 못 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출루웨스트로 간 산악팀은 날씨는 견딜만할까.

 

네팔에서는 '베시 besi/bensi', '페디 phedi'가 모두 아래쪽에 있는 마을이란 뜻을 가졌다.

즉 라푸베시라는 지명이 나오면, 위쪽에 라푸라는 동네가 있고,
토롱페디가 나오면, 위쪽에 토롱이라는 동네가 있다.


네팔어 표기중 'n'은 묵음 처리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besi/bensi는 같은 말이다.

그리고 네팔 말로 고개(패스-pass) ’(la)라 한다
우리가 넘어야 할 고개 토롱라, 혹은 토롱패스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
토롱라패스는 잘못된 표현이다
 

 

 

 

<<토롱패디의 눈 내리는 저녁풍경>>

 

핸드폰 사진

 

 

 

카메라사진

 

12시 30분에 도착해서 

긴 시간 할 일 없이 보내려니 

카메라셔터놀이만 하게 된다

함박눈은 아니지만 안나푸르나의 눈 내리는 풍경을 처음 보는 것

이곳쯤 올라오면 눈을 밟을 줄 알았더니 저 아래쪽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내일은 새벽 2시에 일어나 흰 죽을 먹고

새벽 3시에 가파른 길을 올라간다고 한다

아이젠과 헤드랜턴 그리고 밤 추위에 대비한 겨울옷등

차근차근 준비를 해놓고 

이곳 고도의 밤을 대비해 고산증 약을 반알을 먹었더니 손발이 저린다

고도 때문이려니....

(다음날 반을 더 먹었는데 온 몸이 당기듯 저렸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부작용이라 한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숨이 찬다

베개를 2개 올려놓고 반 앉은 자세로 잠을 청하니 그나마 좀 편한 기분이 든다 

드디어 감격으로 맞이할 토롱라의 5400 고지를 꿈꾸며 하루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