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20240922.일. 장수 장안산

kyeong~ 2024. 9. 23. 16:55

 

 

더위가 풍선처럼 부풀어 터질 것만 같았던 여름이다

압정으로 고정을 시켜서 다음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여름

세월에 장사 없다고 꼬박 두 달의 폭염의 고집을 꺾고

어제부터 가을을 받아들이나 보다

가을이 오는 것을 심술이라도 부리는 듯 비를 퍼붓더니

산행하는 날은 비를 거두고 길을 열어준다

지난밤 뒤척이다가 여름 그대로의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보는 계절,

이젠 가을이다

가을맞이 첫 산행을 장안산 억새밭으로 간다

가을이면 억색밭 한번 단풍산행 한번 들국화길에서 하늘 한번...

이렇게 맛집 드나들듯이 어김없이 가게 된다

어디 보자 어디 보자...

장안산 가본 지가 얼마나 되었지..... 십 년은 훌쩍 넘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억새밭에서 가을을 시작해 보자 

 





억새 /梁該憬
 
가을이 벗어놓은 허물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얗게 뒤척인다
허물은 원래 상념을 벗어놓는 것
구겨서 어딘가 버려야 하는 것
어느 구석자리로 스며들기 위해 몸을 비틀어보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다시 거품처럼 들고일어난다
얼마나 흔들려야 사그라질까
억새 앞에서 생각한다
생은 바람 앞에서 허물이고
허물은 거품 같은 것
거품은 한때 은빛 찬란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억새는 말이 없고
벗은 허물은 가을볕에 헌납을 한다
생은, 벗은 허물 속으로 사라지고
가을은 생이 든 허물을 삼킨다 .
 

장수 장안산 長安山 (1237m)

산행일시:2024.09.22. 일/ 날씨: 종일 흐림

산행코스:무룡고개-괴목고개-샘터-1전망대-2전망대-정상-중봉 갈림길(연주마을방향)-덕산계곡-청산별곡-버스정류장

산행거리:약 9km

산행시간:10:30~15:10(4시간 40분, 후미기준)

 

 

수원 신갈정류장에서 7시 40분쯤 출발하여 장수 무룡고개에 10시 20분쯤 도착

작지만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주차장

주소: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92-10

 

지도에 무령고개? 무릉고개?

백과사전에 찾아보니...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에 위치한 무룡고개는

무령고개 또는 무릉고개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선조들이 신령스럽게 여겼던 무룡고개는 풍수지리상 입수라고 한다.

무룡고개의 무룡은 용이 춤을 춘다는 의미로

도교적으로 산맥이 흐르는 형태가 마치 용이 춤을 추듯 움직이는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무룡고개를 무룡궁의로 부르는 것은 풍수지리상 큰 명당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룡고개는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으로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서북쪽으로 분기되어 뻗어 나온 금남 호남정맥을

무룡봉과 장안산으로 연결하는 요충지이다. 

 

 

화장실을 등지고 오른쪽의 계단으로 올라가면 743번 지방도와 만난다

도로를 따라 위로 100미터쯤 올라가면 터널 앞 장안산 들머리를 만난다

도로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장안산 

왼쪽은 영취산과 백운산으로 이어진다

영취산은 약 1km만 올라가면 되기 때문에 영취산을 올랐다가 내려와 장안산 산행을 하기도 한다

 

 

장안산의 시작은 목재계단으로 시작한다

들머리에서 곰조심을 하라는 자동안내방송이 나오지만

친구들이랑 웃고 떠들며 시작하느라 귀 기울여 듣는 이가 없다 

난.... 곰 무서운데....

 

조금 오르자 눈에 들어오는 리번 '중 꺾 마'

별 걸 다 찾아본다

'중간에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신조어라 한다

 

시작한 산은 중간에 꺾이지 말고 열심히 완주해 보자

 

 

처음에만 가파르고 둘레길처럼 편안하다

그동안 뜨거웠던 산천을 식히고 있는 아침이슬이 가득하다

비 올까 봐 걱정했는데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니 좋다

 

정상까지 3km

중간지점에 샘터가 있는데 

날씨가 덥지 않으니 샘터는 그냥 패스

 

물 3병씩 가지고 다닌 올여름이었는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물생각이 안 난다

 

 

아직은 가을냄새가 풍기지 않는 

초록이 무성한 길을 따라 억새밭을 향해 오른다 

덥다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없으니 

산행 진행속도가 빠르다 

 

 

아 드디어 억새밭..

억새가 피고 있는 초록밭이다

그보다 산마루에는 전부 구름이다 

남쪽마을이라 억새를 보기에는 너무 일렀나 보다

키만 멀쑥한 억새들이 어제 내린 비에 초라한 행색이다

 

 

백운산 방향

그 뒤로 남덕유가 바라보이는 곳인데

조망이라곤 없다 

 

억새밭에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볼량인데

그저 무성한 풀밭을 만난 것 같다 

 

 

전망대에서 바라봐야 할 남덕유와 멀리 지리능선도 잃어버린 것 같아 

전망대 오르기 전부터 아쉽다 

 

 

멀리 천왕봉에서 반야봉에 이르는 주능선을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억새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산그리메를 그렸었는데....

 

아쉬운 데로 예전 사진 모셔와서... 추억에 젖어본다

기억은 지리산 능선에 머물고

지금은 안개뿐인 먹먹한 풍경 앞에 서있다

 

 

장안산 정상 방향

 

정상을 올려다보니 

오르나 마나 경관은 포기해야겠다

힘들게 오르지 않은 게 다행이다

힘들게 올라와 기대하던 억새도 안 피었고

주변 경관도 볼 수 없으면 억울할 뻔했다

 

 

아침까지 내린 이슬비에

무성하게 머금고 있는 이슬비가 

신발을 적신다

여유롭게 오를 수 있는 길이라 편안하게 유유자적 올라본다

 

두 번째 전망대가 있지만

올라가 보나 마나다

그냥 걷는 것에 충실한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데

그래서 우리 대장님 뒷모습을 넣어서 억새와 남자의 컷으로 담아본다

억새도 지루한 여름 때문에 갑자기 찾아온 가을 앞에 미처 준비를 못한 것이다

 

 

둘레길처럼 데크길도 있고

작은 고개에 바우도 지키고 있다 

 

 

올라올수록  초록을 잃고 가을물이 들어있다 

정상부는 안개비를 가득 채운 느낌

더위가 물러갔다고 신나서 산에 왔는데

정상뷰를 볼 수 없으니 아쉽다

둘레길을 걷지 않고 산에 오는 이유는

정상에서  천지팔방  멋진 뷰를 보고 싶어서이다 

 

 

곤드레 나물꽃

(흰 고려엉겅퀴)

이산이 나물밭이었다

지천에 곤드레나물꽃이 한창이다

 

 

이 계단을 올라가며

은빛물결을 감상하면 좋은데 

10일 정도 지나야 억새가 피기 시작할 것 같다 

 

억새가 피는 산은 온순하다

모난 바위가 없는 길

유순하게 길을 내어준다

급하지 않은 성격에 시야를 전부 내어주어서 

가을날 푸른 하늘을 제대로 감상하기 좋은 장소다

 

 

어제 강하게 내린 비로 억새들이 조금씩 누워있다

가을을 맞이하려 피다 말고 움찔 놀라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올라와도 백운산이며 그 뒤로 남덕유며

저 멀리 지리 주능선은 오늘 보여줄 기미가 전혀 없다

 

 

곰탕인 날씨 때문에

억새색깔을 회색으로 칠해버렸다

이색깔이 딱 내 마음 빛깔

 

 

오던 길을 뒤돌아 보며...

사진에다 수채화처럼 장난질도 하고..

벗들은 서둘러 가고 없는데

뒤쳐져서 눈치 없이 사진 장난질이다

 

 

마지막 계단

장안산 터널을 빠져나가듯 올라서면

 

 

철탑이 우뚝 서있는 정상이다

버스 한 대를 가득 채워서 싣고 온 벗들은

전부 먼저 와서 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장안산(長安山)은
전북 장수군에 있는 높이 1,237m의산 이다.
장안산은 일명 영취산(靈鷲山)이라고 하며,
장수, 번암,계남, 장계 등 4개 면의 중앙에 위치하고 백두대간이 뻗어 전국의 팔대 종산중 제일 광활한 면적을 점유하고 있다.[1]
1986년 8월 18일에 군립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무룡궁이란 곳이 있어 금강과 섬진강의 가장 먼 분수지이다.
무룡이란 용이 춤을 춘다는 말로
이재에서 장안산으로 향하는 기세가 마치 용이 하늘로 오르는 기상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마루 입수처에서는 천지수라는 샘이 있고, 산의 좌우편에는 옥지수라는 샘이 있다.
또한 장안산 산봉을 일명 금봉이라고 하는데 장계면 무룡고개, 계남면 괴목, 번암면 지지, 덕산계곡에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장안산의 유래는
옛날 이곳에 장안사(長安寺)라는 절이 있어 그 이름을 따서 장안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장안산이라는 산 이름은 불교의 영향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북 장수군
에는 장안산과 영취산, 백화산, 법화산 등 불교적인 의미를 가진 산들이 많다.


 

표지석이 너무 거대했는지

바닥석이 금이 갔다

갈대밭에 담뱃불 하나면 불이 번지기 좋은 산

표지석 정면에 산불 조심이라고 적혀있다 

보통 앞면에 자랑하는 높이는 뒤편에 새겨져 있다

 

 

장안산 표지석 뒷면

 

 

장수 트레일레이스

 트레일레이스는 75%의 산림면적을 가진 장수 지역 특성을 강점으로 만들어

장수군의 유휴 한 산림자원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장수군에 특화된 스포츠이다

'한국의 샤모니'를 꿈꾸는 장수군은 친환경산악관광진흥지구 지정 등 산림을 활용해

장수군의 레포츠 활성하기 위한 트레일레이스다

한편 트레일러닝은 트랙이나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잔디나 흙, 숲길 등 자연을 달리는 산악마라톤으로

2022년부터 시작된 '장수트레일레이스'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은 트레일러닝 대회로 성장하고 있다.

 

 

정상 표지석 앞의 헬기장

가을바람이 시원해

그늘이 없어도 삥 둘러앉아 도시락 먹기에 좋은 날씨다

가장 꼴찌로 도착했지만 친구들의 만찬에 수저를 얹는다

 

 

둘러봐도 아무런 풍경을 볼 수 없어

이슬 먹고 자라는 강아지풀도 찍어보고...

 

 

가녀린 잡초도 찍어보고

배경은 전부 안개숲

 

 

무룡고개에서 3km 올라와 

중봉 가기 전 연주마을로 하산하다

연주마을까지 3.4km?

중봉과 하봉을 거쳐 어치재에서 하산했을 때의 거리인듯하다

 

 

 

정상의 이정표에서 하산길 다시 확인

 

 

이정표에서 연주마을 방향으로 

처음부터 깔딱 하산이다 

성질 급한 사람은 몇 번은 미끄러지는 길이다

겁 많고 느린 성격인 나는 세월아 네월아 내려가는 길

 

 

하산길에 만난 버섯들

싸리버섯만 알겠고...

대나무에도 버섯이 있다고 함께한 수환친구가 사진 찍어서 제공...

 

 

무질서가 아름다운 순간

이리저리 규칙이 없이 거미줄

거기에 이슬방울까지 

 

 

장안산에서 연주마을 방향 하산길은 급하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미끄러운 하산길

군데군데 목재계단과 밧줄이 있어서 의지는 되지만

나무뿌리가 발길에 걸리고 미끄럽다

대략 1km 정도 조심조심 내려갔다

 

 

하산길 이끼가 탐스러워

미끄러운 와중에도... 한컷

 

 

드디어 어려운 구간을 다 내려왔다 

태풍이 몰고 온 비는 계곡을 시원하게 쓸어내리고 있다

여름에 여기를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래나무 덩굴이 물길에 그네를 타고

조릿대 나무가 물소리에 고개를 흔든다

 

 

정글 같은 길을 따라

여름은 물러갔어도

시원한 이 길이 참 마음에 든다 

 

 

물이 넘치다 보니 

이런 돌다리를 몇 개나 건넜는지

다행히 신발이 물에 빠진 적이 없다

돌다리가 하도 많아 강릉 울트라 바우길을 온 줄 알았다

 

 

가을이라 말하고 싶어...

가을과 함께 잠시 쉬었다.

 

 

사랑나무 포토죤

누군가 발견을 잘했다

안내판이 없었으면 모르고 지나갈 뻔.

 

 

덕산 계곡을 따라가는 연주마을은 멀다

물을 몇 번이나 건넜는데

또 건너야 한다 

스틱에 의존하여 중심을 잡고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여름이었으면 신발 벗고 물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이 청량한 숲

아무리 걸어도 좋은 길

피로를 모두 걷어내는 길이다

 

 

고마리밭도 만나고...

보통 산속의 고마리는 진분홍인데

연분홍 고마리 밭이다

 

 

한삼덩굴이 그네를 타는 길

내려오면서 집이 없었는데 

차바퀴가 여러 번 굴러갔나 보다 

 

 

당귀꽃인지 천궁꽃인지... 무더기로...

지금 피어서 자손은 언제 보려는지.

 

 

이젠 그만 건넜으면 좋겠다

흔들리는 바위가 있어서 넘어질 뻔했다

맨 앞에 가는 친구가 건너기 어려운 곳에 돌다리를 추가해주기도 했다

고마워.... 친구!!

 

 

여름이 지겨웠던 탓에

시원한 물줄기가 좋아서 여러 번 카메라에 담는다

 

 

갈림길...

이곳으로 가라고 

하얀 리번으로 방향을 알리고 있다

딱 보면 짐작 가는 길

리번이 없어도 잡초 무성한 길보다는 신작로로 가겠다

 

 

선등 하는 우리 친구들의  친절한 이정표

 

 

거의 끝지점 임도길에는 시원한 낙엽송이 하늘을 찌르고

임도길이 넓어서

차박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내려오면서 마을이 안 보였는데

이정표에는 원장안마을, 지실가지...

원장안마을

원래의 장안마을

예전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았는데 지금은 빈마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덕산계곡

사람도 없고

물길이 맑고

푹 퍼져 앉아서 한나절 지내고 싶은 곳

돌조차 맑아 보이는 산골이다 

 

 

흰고려엉겅퀴/당귀/ 멸가치/참취나물꽃/물봉선/노랑물봉선/장대여뀌/환삼덩굴

 

 

하산길 딱 하나뿐인 식당

식당간판석이 멋지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배고파 죽을 지경 아니면 그냥 지나가시라 말하고픈 식당

 

 


오랜만에 덥지 않은 산행을 했다

물 한 병으로 산행을 끝냈다

오늘도 산행을 끝내고 차에 오르면서 마스크를 썼다

난 산에 있을 때가 가장 좋다

마스크를 벗고 입에 있는 것, 눈 속에 든 것, 마음에 든 것 모두 내어놓는다

전망 좋은 곳에 서면 눈물이 난다

그래서 뒤처지더라도 꾸물거린다

그동안 산에서 여러 번 울었다 

어려움, 지침 피로가 눈물샘에 고여 있다가 

전망 좋은 산에서 몸속에 갇혀있던 독들이 모두 빠져나오느라 눈물이 난다 

산에서 디톡스를 하는 것이다

힘들다는 것은 육체에서 보다 정신에 있다 

아무리 힘든 산이라도 산이 이쁘면 그산은 쉬웠다

장안산을 올랐다가 하산길에 만나는 이쁜 들꽃과 청량한 물소리에

오늘 산은 어땠냐고요?

'참 쉬웠다'

오늘은 눈물보다는 참 쉬웠다.

 

2024.09.22.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