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가 많은 산으로 기억되지만
흐릿한 잔상만 남은 희양산
산행 지도를 봐도 로프구간이라고 표시가 되어있다
암릉구간이 힘들다는 말에 걱정은 되지만
함께하는 산우들이 있어서 길을 나선다
산은 결국 내 의지와 힘이 필요하지만
함께 가는 벗이 있다는 것이 대단한 힘이 된다
백두대간에 걸쳐있는 산이라 왠지 더 멋져 보이는 산
희양산과 그 옆 구왕봉까지 이어서 걷기로 했다
엄청난 힘으로 폭팔하던 여름이 한풀 꺾였으니
암릉에 올라서면 멀리 산그리메가 파도처럼 밀려오리라 기대를 하면서
일기예보에 날씨까지 맑으니 금상첨화다
한낮기온이 27도
여름날 35~6도를 오르내리던 날씨에 비하면 서늘할 것 같은 날씨다
떠나기 전 마음을 중무장하여 암릉의 희양산을 향해보자
구왕봉(898m)/희양산(998m)
산행일자:2084.09.24. 화/ 날씨:맑음
산행코스:은티마을-구왕봉 희양산 삼거리-호리골재-마당바위-구왕봉-로프구간-지름티재-로프구간-삼거리-희양산왕복
삼거리-성터-희양폭포-삼거리-은티마을
산행거리:11km
산행시간:09:50-16:30
★희양산은 문경군 가은읍과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에 있지만
희양산 남쪽방향 문경의 봉암사 쪽은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괴산 쪽에서 들머리를 잡아야 한다
남북을 거꾸로 한 등산지도
은티마을 주차장: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 514-5
넓은 무료주차장
간이 화장실(지저분함)
은티마을
은티산장 앞 샘(식수 보충)
은티마을유래비
은티마을은 원래 지명이 의인촌리(義仁村理)였다. 일제강점기에 ‘의인’이 민족정신을 되살린다고 해
은평(銀坪)으로 바뀌었다가 ‘은티’로 변했다 한다.
은티마을 초입에는 기풍 있는 노송들이 사열하듯이 즐비하게 서 있다.
은티 마을은 여느 산골 마을처럼 계곡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그 형세가 마치 여성의 성기와 같은 여근곡(女根谷)이다.
이를 여궁혈(女宮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쌘 음기를 막기 위한 풍수의 하나로 남근석과 전나무등를 심어 놓았다 한다.
마을 유래비가 이 마을의 역사를 잘 말해준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뚫린 뒤로 등산객이 많이 늘어 마을 입구에 대형주차장까지 마련해 놓았다.
엊그제는 비가 온 후라 시원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더워오고 있음을 직감하겠다
마을길을 따라 산으로 향한다
산 들머리 입구에 몇대의 주차를 할 수 있지만
주민들 항의가 있었다고 한다
대형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800미터쯤 올라가면 산행 들머리를 만난다
은티마을은 마분봉 악휘봉 희양산 시루봉 구왕봉등 백두대간을 뛰는 사람들 때문에
많이 찾는 곳이다
동네가 조용하다 걷는 동안 지역주민을 만나지 못했다
길가에 핀 유홍초가 푸른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는 모습이 고추잠자리처럼 예쁘다
마을에서 800미터 20여분 올라오면
희양산과 구왕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오늘은 호리골재로 올라 구왕봉에서 희양산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지점에서 호리골재까지 3km
구왕봉까지 4.6km
희양봉까지 3.6km(왼쪽편으로 바로 갔을 때)
희양봉까지 6.5km(호리골재 구왕봉을 거쳐 갔을 때)
오늘의 목적지는 희양산
왼쪽은 희양산 바로 가는 길
오른쪽은 호리골재로 가는 길
지름티재로 바로 오르는 길이 있지만
희고 큰 입산통제 안내판이 가로막고 있다
오늘 구왕봉을 생략하고 지름티재로 바로 올라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길게 타보기로 용기를 내고 호리골재 방향으로 출발했다
호리골재로 올라가는 길은
처음에 소나무가 시원하게 쭉쭉 뻗은 길이 한동안 이어지는 임도길이라 편안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너덜길이다
며칠 전 폭우에 길이 많이 깎여나갔는지 경사는 급하지 않지만
등산화에 돌이 많이 걸린다
살짝 가파른 길이 나타나면서 헉헉거리다 보면
무덤이 있는 호리골재에 다다른다
호리골재에서
오른쪽은 주치봉과 은티재를 거쳐 악휘봉으로 가는 길
왼쪽은 구왕봉으로 가는 길이다
무덤이 있는 넓은 터에서 한숨을 돌리며 잠시 쉬어 간다
호리골재에서 구왕봉으로 가는 길은 험하지 않은 쉬운 등산로다
석축 같은 큰 바위옆을 지나 오르락내리락 구왕봉까지는 1.6km 거리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다 보니 늘 뒤쳐서 간다
앞서간 사람들을 따라 부지런히 걷는다
구절초와 버들분취
버들분취는 은분취와 비슷한데
잎모양이 버드나무잎과 닮았으면 버들분취다
출발해서 약 2시간
탁 트인 하늘을 만나고
멀리 산능선이 시원하게 밀려오고
작은 은티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산너머 왼쪽으로 치악의 줄기가 흐르고 이어서 구봉대산의 줄기가 흐를 것이다
북쪽의 산줄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가 가지 않아 마당바위가 나타났다
12시경 배가 고플즈음이다
버스 한 대로 온 일행들은 넓은 터를 만나자 여기다 싶어 자리를 펴고
하루의 절반을 채우듯 요기를 한다
그리고 갈길이 멀어
나 먼저 일어나 숲길을 따라 구왕봉으로 향했다
호리골재에서 1.6km 지점 구왕봉
주변은 잡목으로 둘러있어 경관이 없다
희양산은 우-구왕봉, 좌-시루봉을 끼고 있다
산악인의 완성 같은 백두대간
구왕봉 표지석에도 작게 새겨두었다
오늘 산행할 두 개의 봉우리 중 한 개 접수
반은 온 줄 알았는데....
희양산으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도 순했고 지금 보이는 길도 순하다
구왕봉에서 지름티재로 내려가는 중
첫 번째 조망터
건너편 희양산이 거대한 암봉을 자랑하고 있다
왼쪽 아래에는 문경 봉암사가 있는데
산능선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봉암사 부지라 접근을 할 수 없다
악휘봉이나 희양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괴산 은티마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오른쪽 산아래 봉암사는 조계종 직지사 말사이며
조계종 스님들의 수도도량이라서
일반인에게도 석가탄신일만 산문을 개방한다고 한다
그래서 희방산 남쪽 봉암사 일원은 산행 들머리로 잡을 수 없다고 한다
남쪽 방향 문경 쪽의 풍경
대야산도 보일 것 같고 속리산도 보일 것 같다
골짜기를 타고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벌판이 언뜻 띠를 이루며 보이고 있다
가을은 하늘에서 먼저 오고 있다
이제 암릉 로프구간 시작이다
한차례 가벼운 로프를 타고 내려가면....
2번째 조망처가 나온다
암릉으로 되어 있는 희양산
거대한 바위지만 콕콕 찌르는 바위가 없어 둥글게 보이는 산이다
여기서부터 험로의 시작이다
구왕봉에서 지름티재까지는 500미터 하산이지만
대략 30~40분이 소요된다
낙석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한 사람씩 조심해서 하산해야 한다
밧줄은 생명줄
생명수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집중과 조심을 안배하며 한발 한발 내려온다
한차례 내려와 쉬는 동안
수려한 암릉 풍경한 장 찍고...
여기서 아찔하게 무서운 구간이 나타난다
남자산우들이 도와주며 조심조심 하산한다
바위 때문에 무섭긴 하지만
바위의 홀더가 고맙고 바위사이에 서있는 나무가 고맙고
손 내밀어주는 모든 것에 의지하며 자알 내려왔다
한고비 내려왔으니 쉬면서 바위의 홀로 서있는 소나무도 찍고...
바위가 물을 먹고 있어서 미끄럽고 바위가 부서지기도 한다
뱀처럼 긴 나무줄기가 걸리적거리지만 조심조심 지름티재까지 하산했다
지름티재
산불초소가 있고 은티마을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다
500미터 내려오는데 진땀이 날 정도이고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밧줄을 잡고 내려왔다
잠시 쉬었다가...
여기서부터는 희양산으로 오르는 구간이다
봉암사로 내려가지 못하게 목재울타리를 친 길을 따라 희양산을 오르다 보면
거대한 미소바위가 잘 내려왔다고 웃고 있다
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구왕봉은
거친 하산길을 숨기고 편안해 보인다
산은 그 길을 가봐야 안다
멀리 서는 속내를 짐작하지 못한다
누가 저산을 보고 까칠한 하산구간을 숨겨두었다고 할까
미로바위
나 찾아봐라... 숨바꼭질하면 좋겠네
봉암사 울타리옆 노송한그루
산우 한 사람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앉아도
미동도 없이 든든한 소나무다
넘어가지 말라고 울타리를 쳐 놨는데
소나무는 팔을 몇 개나 그쪽으로 뻗었다
하긴 여기서 스님들의 독송을 들으며 수백 년을 서있었느니
스님할아버지같은 노송이다
희양산으로 오르는 직벽구간 시작이다
사진은 언제나 덜 위험해 보이고 덜 아름다워 보인다
나그네 여기 쉬어가게..
여러 개의 가지를 뻗어 지석묘 같은 바위를 떠 바치고 있다
직벽이다
물기를 머금고 있는 직벽을 따라 오르려니
발이 미끄러진다
밧줄을 놓으면 큰일 날 것 같다
영차영차....
다 오르고 나니
남자산우들이 말한다
여자들이 못 올라올 줄 알았는데
모두들 거뜬히 올라와서 여자들이 무섭단다..
진땀이 나니까 잠시 휴식...
나는 힘들거나 말거나
이름도 이쁜 은티마을은 조용하기만 하다
왼쪽으로 카메라를 돌려
좀 전에 올랐던 구왕봉
그 뒤로 악휘봉
철핀을 박아둔 직벽구간
마지막 유격훈련구간이다
닥치면 누구나 힘든 구간도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로프구간이다
로프가 흙투성이라 잡기 싫었지만 달리 어쩔 방법이 없다
근데 수많은 사람들이 잡고 오르다가 끝내는 끊어지는 순간이 올 텐데
누군가 미쳐 줄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어떡하지
줄을 잡고 올라가면서 걱정도 했다
희양산과 시루봉 갈림길
지름티재에서 1km 구간을 올라오는데 대략 1시간 소요했다
남자들이야 쉽게 올라오겠지만 혼신의 노력으로 안전하게 오르는데 성공을 했다
희양산까지는 400미터쯤 갔다가 되돌아와야 한다
그 후 시루봉 쪽으로 600m 하산하다가 성터에서 은티마을로 내려가야 한다
희양봉으로 가는 길
너럭바위가 많아서 마냥 앉아서 쉬고 싶은 길
저 멀리 조령산 그너머 월악산보 보일것 같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좀 전에 올랐던 구왕봉
그 뒤로 주치봉과 악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1000 고지에 가까운 산에 오르니
고사목이 풍경의 한쪽을 채우고 있다
산에 오르면 살아 있는 나무나 죽은 나무나 모두가 아름답다
마음을 열고 바라보니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아름다운 죽음은 무엇일까
산에 오를 때마다 고사목을 보며 생각한다
무서워 보이는 바위
하지만 뒤편에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어요
이제 어려운 구간을 해결하고 나니 여유가 생겨서
바위와의 사진 삼매경에 접어든다
암릉과 소나무
언제나 천년 궁합
미끈하게 혼자 잘난 척하는 바위가 아니라
올라갈 여지를 주는 바위라서 고맙다
희양산曦陽山 999m
소백산맥에 속하여 있으며
북쪽으로 시루봉(915m),
동쪽으로 백화산(白華山, 1,064m),
서쪽으로 장성봉(長成峰, 915m)·대야산(大野山, 931m)·조항산(鳥項山, 951m) 등과 이어지고
문경분지의 서쪽을 이룬다.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도계를 이루고 있으며
남사면에는 조령천(鳥嶺川)이 흘러 주위의 풍경이 아름답고 명소가 많다.
북쪽에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간의 교통로인 이화령(梨花嶺)이 있다.
희양산은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동·서·남 3면이 화강암 암벽으로 이루어진 높이 999m의 거대한 돌산이다.
빼어난 경치와 신라 헌강왕 5년(879) 창건한 천년고찰 봉암사를 안고 있다.
희양산은 암산과 육산의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다.
날이 좋을 때 햇빛을 받은 희양산 봉우리는 환하게 빛을 발한다.
옛날 사람들은 희양산을 보고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오는 형상이라고 했다.
지증대사가 희양산 한복판 계곡으로 들어가 지세를 살피니, 산은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마치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하고 계곡물은 백 겹으로 띠처럼 되어있으니
용의 허리가 돌에 엎드려 있는 듯하다며 감탄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희양산은 봉암사 조계종 스님들의 선수련장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석가탄신일에 봉암사 쪽 등산로를 개방한다.
희양산은 백두대간길에서 400미터 벗어나있지만
백두대간에 속하나 보다
뒷면 표지석에 백두대간이라고 새겨있다
삼거리에서 희양산 정상까지 오는 길은
시야가 틔여 있어서 경관이 우수한데
정상은 잡목으로 둘러있어 경관을 가리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뷰
구절초와 산부추
삼거리로 돌아가며.... 고래바위
멀리 대야산과 속리산이 보이는 풍경
바위틈에 들어가 사진도 찍어보고...
대야산과 조항산 방향의 뷰
햇볕 잘 드는 곳
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아가려고 고개를 내민다
바위틈에 자라는 잡초보다 더 강한 것은 없지 싶다
가을물이 이산 저산 깊이 내려앉고 있다
아직은 검을 데로 검은 숲이지만 얼마가지 않아
화려한 분장을 하고 서로 오라 손짓하겠지
하늘도 백점
노송도 백점
암릉도 백점
산행을 하면서 이렇게 날씨 좋은 날도 드물지 싶다
4시 30분까지 하산하라고 했는데
도무지 내려갈 마음이 없다
멀리 산그리메도 당겨보고....
내려오기 싫었지만 천천히 걸었는데도 가방을 벗어둔 삼거리다
여기다 배낭을 벗어두고 희양산까지 다녀와도 된다
배낭이 없으면 허전해서 메고 다녀왔더니 등에 땀이 흥건하다
산죽이 무성한 하산길
이길로 600m 하산하면 성터 갈림길이다
희양산에서 1km
삼거리에서 600미터 하산하면
희양산 성터가 나온다
허물어져 예전모습이 얼마남아 있지 않지만
누가 봐도 성터인 줄 바로 안다
희양산성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 해발 988m의 희양산 정상 주위에 쌓은 석성(石城)으로,
성벽의 높이 1~3m, 폭 4m이며 약 145m 정도가 남아있으며,
신라말에 견훤이 군사를 보내 축조했다는 설이 있다.
희양산과 시루봉 삼거리
은티마을로 하산
대략 1km 구간은 가파른 하산길이지만 로프구간은 없다
너덜길이 많아 앞서가던 이가
돌사이에 넘어져 머리를 다칠뻔하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산행하느라 힘이 다 빠진 하산길
발에 힘이 없으니 하산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책바위 같기도 하고... 시루바위 같기도 하고..
이건 두부 바위같이 생겼다고
반찬 없으면 한모씩 가져가서 저녁준비하라고 농담도 했다
희양폭포
수량이 별로 없지만
일행 중 한 사람이 얼른 폭포에 손을 씻어보더니 시원하단다
폭포를 지나면서는 길이 수월하다
1km가량 편하게 진행을 하면
오전에 구왕봉과 갈라졌던 삼거리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깨금발로 뛰어가도 되는 편안한 길
마을길이라.... 다 왔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하늘도 다시 보고 길가의 꽃도 들여다보게 된다
들국화와 털여뀌가 가득한 은티 마을길
한 달 후 악휘봉을 가기 위해 또 오게 될 은티마을
이름이 이뻐서 그런가 정이 참 많이 간다
음기가 강한 마을.... 남자들이 많이 찾으면 좋은 마을인가.
어떤 산은 가기전부터 걱정이 되고
어떤산은 이름만으로도 무작정 가고 싶다
희양산은 힘든 산으로 각인이 되어 걱정부터 앞섰지만
얼마 전에 처음 알게 된 '중 꺾 마' 신조어를 떠 올린다
'중간에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
아무리 힘들더라도 가는 데까지 가보자
가보지도 않고 마음을 중간에 내려놓지 말자
오늘도 다녀오고 나니 거친 산에 대한 자신감을 유지하게 된다
20240924 by 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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