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20250208.토. 선자령

kyeong~ 2025. 2. 9. 23:38

 

사람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또 사람마다 좋아하는 산이 있다

좋아하는 산에도 어울리는 계절이 있고

계절마다 가지 않으면 못 배길 산이 있다

지금은 겨울

겨울이면 가장 매력을 뽐내는 선자령 (仙子嶺) 이 있다

일망무제(一望無際) , 눈밭 위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설경과 하늘과 한 몸으로 일렁이는 동해를 바라본다면

고산준령의 선자령의 매력에 푹 빠져 오랫동안 겨울산을 좋아하게 된다

 

설이 지나고 입춘도 지났는데  최강 한파가 찾아들었다

손가락 발가락 다 써도 셀 수 없이 갔던 선자령인데

"가지 말까?"

"아니야"

"집에 있으면 이불동굴 속에서 곰처럼 잠만 잘걸"

내 마음은 이랬다 저랬다

수도 없이 들락거려도 문틀이 고장도 안 난다 

강풍이 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싶어서 휴게소에서 파전이나 먹지 뭐

출발하기 전 식구들이 한마디 한다

"산아래서 파전 먹고 놀면 손에 장을 지진다나...."

장을 지지던 파전을 먹던 대관령에 도착해서 결정해야지

눈만 내놓고 다닐 거니까 물세수 대충 한 후 선크림만 바르고 서울행 첫 전철을 타고 길을 나선다

 

 


 
 
 
 
지속하는 기억/ 梁該憬
 
추운 날
점퍼의 지퍼를 턱밑까지 올리고
우물같이 깊은 신발을 신고
유년의 길을 걷는다
꽁꽁 여민 옷을 뚫고
온몸에서 노래하듯 말이 튀어나온다
발끝으로 미끄러지던 옛날이 말을 하고
손에는 눈 뭉치 굴러가는 소리를 낸다
몸에는 꿩의 깃털이 날리고
마음은 연을 따라 올라갈 모양이다
새총을 타고 날아가는 기억과
용수철을 타고 튀어 오르는 이야기들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전혀 움츠러들지 않을 때
온종일 쏟아낸 말들이 그림을 그린다
수다쟁이 앞에
드디어 하늘이 입을 열었다
소통을 위하여 쏟아내는 눈발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은
어쩌면 점소묘화처럼
점점이 떠 있는 회색의 풍경일지도 몰라.
 

선자령 1157m

  • 2025.02.08. 토. 날씨 맑음(강추위)
  • 산행거리:약 12km
  • 산행시간:10:30 am~03:30 pm
  • 산행코스:등산로 입구-국사성황당 직전 삼거리-명품숲표지판-kt송신소-선자령-재궁골삼거리-풍해조림지-양 뗏목장-등산로입구(원점회귀)

 

 

등산로 초입 선자령 순환등산로 표지판

 

 

대관령마을휴게소 주차장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14-304

 

선자령 주차장은 경강로를 중심으로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선자령 방향은 위 지도상에서 왼쪽 

능경봉이나 고루포기산 산행은 오른쪽에 주차하면 편리하다

 

 

대관령 휴게소 해발 840m

겨울의 명품 산행지

접근성과 산행난이도가 중하라서 전국 각지의 산꾼들이 찾아드는 곳

최강 한파가 연타를 날려도 선자령의 주차장은 만차이다

차에서 내리자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과 영하의 기온이 마중 나와 있다

 

▲ 대관령(大關嶺) 유래

 대관령은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대관령면 사이에 위치한 고개로

옛날 강릉에서 서울이나 영서로 갈 때 구산을 지나 국명이, 원울이재, 제멩이, 반젱이, 웃반젱이를 거쳐

대관령을 넘어 다녔다고 한다.

대관령은 예나 지금이나 영동지방과 영서지방을 잇는 큰 관문이며, 남대천이 이곳에서 발원한다.

예로부터 고개가 험해서 오르내릴 때 '대굴대굴'크게 구르는 고개'라는 뜻의 '대굴령'에서 음을 빌려 대관령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또 다른 이야기로는 영동지방으로 오는 '큰 관문에 있는 고개'라는 뜻에서 대관령이 유래했다고 한다.

 

 

화장실과 상가의 뒤편에 양 떼 목장 가는 길과 선자령 갈림길이 있다

선자령은 저 언덕을 올라서자마자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그렇게 춥다고 난리였는데

양떼목장길을 무시하고

국사성황당방향으로 마음이 먼저 산행시작이다

파전 먹고 놀지 않으니 우리 식구들 손에 장 지지 않아서 좋겠다

 

모자가 날아갈 것 같은 강추위와 바람이 염려되어서

오전에는 바람을 덜 타는 양 뗏목장옆길로 올라가서 

온도가 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산길을 주능선길로 하고 싶었지만

우리 일행은 추위에 당당하게 맞서는 국사성황당 쪽 길로 향했다

 

 

대관령국사성황당(국사성황사) 입구

이곳을 지나서 주능선으로 올라서도 되는데

국사성황당 쪽으로 산길을 잡는다

 

국사성황사 大關嶺 國師城隍祠

1984년 6월 2일에 인근에 위치한 대관령 산신각과 함께 강원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대관령 국사성황사는 대관령 국사서낭(성황)을 모신 신당이다.
당신상에는 백마를 타고 궁시(弓矢)를 메고 있는 서낭신과 말고삐를 잡고 있는 시종,
그리고 그 앞뒤에 호랑이가 호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또 ‘대관령국사성황대신(大關嶺國師城隍大神)’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당 앞에는 서낭의 심부름을 하는 하위 신인 ‘수비’를 모시는 수비당(또는 수구당)이 돌 형태로 되어 있다.
대관령 국사서낭은 대관령 산신과 함께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모셔지는데, 구전설화에 의하면 서낭신은 신라의 국사 범일(梵日)이 죽어서 되었다고 한다.

범일은 강릉 출신으로 그의 어머니가 샘물에 뜬 해를 마시고 그를 잉태하였다고 하는 탄생설화를 가지고 있다. 또한, 불법을 전파시키고, 난리가 났을 때 대관령에서 술법을 써서 적을 격퇴시키는 등 신이(神異)한 행적을 남긴 고승이라는 점에서 이 고장의 수호신으로 받들게 된 듯하다.

*강릉단오제는 산신으로 '김유신' 주신으로 '범일국사'을 모신다

 

 

 

아스팔트 신작로를 따라 둘레길 같은 산행은 시작된다

선자령 순환길은 '강릉바우길 1코스'이기도 하니까 둘레길이다

초입은 적설량이 많지 않아서 아이젠이 아스팔트에 부딪칠 때마다 등산화에 충격이 전해진다

카메라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초입부터 아이젠을 신고 걸었다

 

 

국사성황당 200미터 전 분기점

명품숲 안내판 앞에서 '소나무코스사거리' 이정표를 따라 주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을 선택했다

 

국사성황당은 김유신장군을 모신 사당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릉 단오제의 주신인 범일국사와

신라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유신 장군을 모신 대관령 국사성황당과 산신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이 고개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고려하면 당연한 포석으로 보인다

 

 

300미터쯤 올라오면 kt송신소를 만난다

티클없이 푸른 하늘

하늘만 보면 순하디 순한 겨울날이다 

이 평화로운 하늘아래 칼날 같은 날씨가 들어있다는 것을 사진은 말하지 못한다

 

 

통신탑을 지나자마자

국사성황당에서 올라오는 길과 바우길 2코스 반정으로 내려가는 길이 교차하는 곳이다

강릉 바우길의 사거리이다

강릉에서 평창으로 오고 가던 길이다

 

 

선자령으로 가는 길은

풍해조림사업지가 많다

시원하게 쭉쭉 뻗은 침엽수와 맞닿은 하늘이 맛으로 치자면 사이다 같다

 

 

무선표지소 앞 갈림길

줄지어 잘 조성한 침엽수림

이 침엽수림에 눈이 쌓이면 대단한 설경을 자랑하는 곳인데

추위와 바람까지 동반하면서 설경은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어딜 가나 잘 자생하는 조릿대

한라산처럼 조릿대에 점령당하지 않은 선자령 

앙상한 나목이 즐비한 산길에서 조릿대의 초록빛깔을 만나면 겨울에도 잘 살아있는 생명력을 본 것 같다

 

 

침엽수림을 벗어나 갈참나무 길을 한동안 걷게 된다

입김이 닿은 목도리에 고드름이 달릴정도다

바람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따가워서 목도를 눈밑까지 올리고 눈만 내놓고 걷는 중이다

칼날 같은 추위에도 선자령은 장이 선 것처럼 사람이 많다

 

 

잠시 경사를 치고 오르니

선자령의 대표 풍경인 풍력발전기가 일렬로 서서 맞이한다

초지위 조성한 지 얼마 안 되는 나무들이 등산화에 툭툭 걸리는 곳이다

그래도 한 시간 정도 지나 가릴 것 없이 시원한 풍경을 만나니 마음에 묵어있는 찌꺼기들이 전부 빠져나가는 것 같다

 

 

오른쪽으로 좀 더 포커스를 돌려서....

 

선자(仙子)란 곧 신선, 혹은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를 말한다

능선이 아름다워서 선자(仙子)에 비유했을 것이다

요즘은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다 

 

 

우리가 올라야 할 선자령 방향으로....

 

 

상고대는 하나도 없지만 바닥에 밟히는 눈소리를 들으며 

이왕 온 김에 선자령 정상까지 부지런히 올라간다

 

 

대관령에 왔으니 

신사임당이 대관령을 넘으며 읊었던  한시를 되새겨 보자

 

踰大關嶺望親庭(유대관령망친정)

 

"慈親鶴髮在臨瀛   자친학발재임영
 身向長安獨去情   신향장안독거정
 回首北村時一望   회수북촌시일망
 白雲飛下暮山青   백운비하모산청"

 

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바라보고...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외로이 서울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북촌은 아득도 한데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난 이곳 초지를 겨울보다 

여름에 더 좋아한다

푸른 하늘과 초록이 어울려 잠시 알프를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영하로 곤두박질친 날씨 때문에 힘들지

바람이 아주 거센 건 아니다

이곳은 어느 땐 서있기가 무서울 정도로 날아갈 것 같은 날도 많았다

바람이 어찌나 센 곳인지 눈을 전부 날려 보내고 바닥이 드러나있다

 

 

상고대가 아주 조금....

난 나무 한그루와 하늘을 여백으로 둔 풍경을 가장 좋아한다

저 푸른 여백에 생각조차 담지 말고 비워두고 싶다

무염의 하늘길 구간이다

 

 

산행에서는 이정표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라잡이 이정표

벗처럼 서서 내가 올라오는 것을 굽어보고 있는 것 같다

오늘도 이곳에 서니 

선자령에 다 온 듯 반갑다

 

 

풍력계 날개가 돌아가지 않고 멈추있다

저기 정상에는 깨알같이 사람이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에효~오늘도 정상석 사진 찍으려면 힘깨나 들겠다

 

 

강릉 방면

선자령길 중간즈음에 전망대가 있는데

지름길로 바로 오는 바람에 전망대에서 강릉방향 조망을 하지 못했다

잠시 쉬어갈 겸 이곳에서 나의 모교가 있는 강릉을 바라보았다

 

 

상고대가 생기다 말았다

선자령 100미터 전 넓은 초지가 있는 곳이다

 

산 이름에 '산'이나 '봉'이 아닌 '재 령(嶺)'자를 쓴 유래는 알 수 없는데, 

옛날 기록에 보면 

《산경표》에는 대관산, 

《동국여지지도》와 1900년대에 편찬된 《사탑고적고(寺塔古蹟攷)》에는 보현산이라고 쓰여 있다. 

산자락에 있는 보현사(普賢寺)의 기록을 전하는 《태고사법》에는 만월산으로 적혀 있는데, 

보현사에서 보면 선자령이 떠오르는 달과 같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

 

 

이 세상 산꾼들이 전부 선 자려에 온 것 같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한 사람들

정상석 인증은 엄두도 못 내겠다 

멀리서 표지석만 찍고 하산하기로 했다

선자령 1157m
선자령(仙子嶺)은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고개다.
대관령 하늘목장 
트랙터 타기 체험을 신청하면 올라갈 수 있다

백두대간 중심부에 위치한 봉우리로 북쪽으로는 오대산의 노인봉,
남쪽으로는 능경봉과 연결되는 등산로이다. 산의 해발고도는 높지만,
산행 기점인 구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40m에 자리 잡고 있고 선자령까지 6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등산로가 평탄하여 왕복 거리에 비해 비교적 쉬운 등산로로 남녀노소 누구나 등산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으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강릉시가지와 푸른 동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겨울이면 능선의 눈꽃이 아름다워 겨울 산행으로 찾는 이가 많은 곳이다.

 

선자령의 고위 평탄면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계곡이나 강을 건너지 않고 산줄기만으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큰 줄기를 지칭하는데,

선자령은 백두대간의 남과 북을 이어주는 그 중심에 서 있다.

 

 선자령(仙子嶺) 유래

선자령은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와 평창면, 도암면 횡계리 삼정평 사이에 있는 고갯길이며,

옛날 대관령에 길이 나기 전 영동지역으로 가기 위해 나그네들이 선자령으로 넘나들었다.

선자령 계곡이 아름다워 선녀들이 아들을 데리고 와서 목욕을 하고 놀다 하늘로 올라간 데서 선자령이라는 명칭이 유래되었으며, 선자령은 백두대간을 이루는 영동과 영서의 분수계 중 한 곳으로 동쪽으로는 급경사,

서쪽으로는 완경사를 이루는  경계지점이다.

 

 

선자령 거대 표지석은 지나 뒤편 하늘목장 방향으로 하산길을 택했다

건너편 황병산 공군시설물이 눈에 들어온다 

저곳은 백두대간에 속하나 갈 수 없는 곳 부대울타리 외곽으로 다녀야 한다

정상석은 군부대 내에 있다

 

 

가장 바람이 심한 정상에서 비닐아지트를 틀고 점심을 먹는 사람도 있다

우리 팀은 선자령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서둘러 바람이 적은 곳으로 내려간다

 

 

선자령은 대관령과 거의 한 몸이다

선자령 산행은 대관령 아래에서 시작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대관령 정상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거리는 꽤 되지만, 급경사가 없고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고도를 올리는 코스다


겨울 선자령은 순백의 세상이다

수없이 쌓인 설원에서 많은 풍차가 연신 바람을 일으키고,

서리꽃, 상고대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환상의 세상

순백의 설원에서 마음을 그대로 방목하는 경험,

선자령은 그런 유토피아적 선물을 안겨주는 곳이다

그래서 겨울 선자령은 중독성이 있는 영원한 꿈이다.

 

 

선자령에서 짧은 멈춤

그렇지만 흘러간 그리움은 넓디넓다

지금 지나는 구간은 선자령 철쭉 군락지이다

금방 부러질 것 같은 가지를 펼치고 겨울을 나고 있지만

저 가지가지마다 수없이 피고 지던 철쭉꽃의 그리움이 가득하다

봄에 이곳에 온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쭉군락지를 만날 것이다

 

 

철쭉군락지를 지나면서 삼양목장과 하늘목장

그리고 건너편 노인봉에서 황병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산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삼양목장 전망대에 오르면 건너편 선자령이 그립고

이곳 선자령에 오르면 건너편 삼양목장 설경이 아른거린다

 

 

철쭉밭 건너편은 붉은 지붕은 삼양목장 축사이다

사계절 모두 가볼 만한 삼양목장인데 입장료가 비싼 게 흠이다

티클없이 푸른 하늘 아래 황병산이 있고 그 뒤로 오대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선자령-곤신봉-소황병산-황병산-노인봉-진고개-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이 이어지고 있다

 

 

삼양목장과 강릉 경포방향의 바닷가

 

 

임도길에 내려서서 바라본 철쭉밭

 

"등산로 없음"

길은 넓은데 등산로은 없단다

 

곤신봉으로 가는 길이다

이곳으로 주욱 가면 비박의 성지

별이 빛나는 밤을 만끽할 수 있는 넓은 초지가 있다

 

 

곤신봉으로 가는 길은 등록 없음의 이정표가 있고

우린 선자령 계곡길을 따라 하산할 것이다

 

 

하늘목장의 겨울나무

나무한그루에 포커스를 잡고 여백에는 하늘을 가득 넣었다

여백이 있는 풍경

능선에 오르면 모든 하늘이 여백이라서 좋다

 

 

목장 출입로

하늘목장에서 돈을 내고 트랙터 타고 이곳까지 수월하게 오를 수도 있다

 

 

눈길에 서있으니 목장표지판까지도 풍경이다

마음이 열리면 세상 모두가 내 품 안의 풍경이다

마음에 걸고 있는 그림 같은 풍경들

산을 많이 다니는 사람은 움직이는 갤러리를 품고 사는 것이다

 

 

삼양목장과 하늘목장을 이어주는 임도길

이곳에 내려서니 바람이 불지 않아 갑자기 순한 겨울을 만난 것 같다

2시가 다 되어서야 등짐으로 지고 온 점심도시락을 풀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계곡길로 하산

선자령에서 800미터 내려왔고 앞으로 남은 거리는 5km가량이다

 

 

하산길도 순하다 

완만하게 내려간다

눈밭에 한바탕 뒹굴었으면 좋겠지만

오늘 함께 하는 산우들은 너무 점잖다

묵묵히 걸어갈 뿐 눈과 어울려서 즐기질 않는다

강원도 출신인 나만 마음에 발동이 걸려서 심장이 나댄다

 

 

이곳저곳 조성한 풍해조림지가 많다

눈이 저 나무까지 장식했으면 죽어도 잊지 못할 산행이 될 텐데....

다시 또 오라는 산신의 뜻이라 생각하겠다

 

 

이 추운 날 개울물이 꽁꽁 얼지 않고 물소리를 낸다

물소리에 발길을 멈추고 잠시 서있어 본다

 

 

선자령 계곡의 '속새'

*속새는 4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으며 고생대 데본기에 전 지구를 뒤덮었던 식물이다

습한 그늘에서 자라며 꽃도 피지 않고 줄기 속은 비어 있고 마디마디가 많이 나눠져 있고.

세로 방향으로 가느다란 선을 가지고 있다

 

 

재궁골 삼거리에서 위쪽으로 국사성황당표지판이 가리키는 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잠시 아래쪽으로 100미터 알바를 했다

아래로 쭉 내려가면 강릉 바우길 '대관령 국민의 숲길'이다

아래로 내려가도 되지만 다른 마을을 거쳐서 대관령 주차장으로 가게 된다

 

강릉 바우길은 제주 올레길 못지않게 사랑받는 길이다.

지역 주민, 관광객, 걷기 좋아하는 '뚜벅이'들이 많이 찾는다.

'바우'는 바위를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다.

강원도와 강원도 사람을 가리키는 정다운 말이 '감자바우'다.

바우(Bau)는 손으로 어루만져 병을 낫게 하는 바빌로니아 신화 속 여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바우길을 걷는 사람이 바우 여신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명칭에 담았다.

 

바우길은 소설가 이순원이 지은 이름이다.

바우길은 총연장 400㎞로, 강릉바우길 17개 구간, 대관령바우길 2개 구간,

울트라 바우길, 계곡바우길, 아리바우길로 이루어져 있다.

 

 

재궁골에서 오르막길의 풍경

선자령길은 어딜 가나 완만한 비탈길이다

느슨하게 이어지는 길을 따라 하루종일 걸어도 지치지 않는 날이다

 

 

순백과 초록

잠시 쉬면서 눈이 맞아 남겨 보았다

 

 

재궁골 삼거리에서 300미터쯤 올라와 첫 번째 분기점

이곳에서 더 올라가면 대관령 주능으로 올라가는 길

우린 여기서 오른쪽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걸었다

 

 

아침나절 체감온도가 20도라고 했던 날

숨 쉴 때마다 콧숨이 목도리에 얼어붙던 날

오후 3시쯤의 선자령 소나무 숲길은 너무도 고요하다

주능선길에 줄 서서 올라갔던 산꾼들은 어디로 갔는지

새 한 마리 푸드덕거리지 않는 길을 일행과 떨어서져 조용히 걸어 보았다

 

 

소마숲길을 빠져나오자 철조망 울타리 사이로 양 뗏목장이 보인다

아침에 잠시 망설였던 곳

이렇게 추운데 선자령 가지 말고 양 뗏목장에서 놀아버릴까...

산길에 길들여진 난 몸은 선자령으로 걸어가고 말았다

선자령으로 가길 참 잘했다

양 떼 목장의 풍경이 흡족하게 다가서지 않는다

 

 

양 뗏목장을 지나 급경사길을 내려가는데

계단이 눈이 파묻혀 미끄러웠던 곳

가드레일 밧줄을 잡고 천천히 내려섰다

 

 

누구의 작품일까

어설픈 작품이지만 앙증맞다

이 작품 앞에서 일행들은 발길을 멈추고 

선자령 산길에서 마지막 휴식을 즐겼다

 

 

소나무가 많아서 더 싱그럽게 느껴지는 길

겨울이지만 헐벗지 않은 나무 때문에  초록의 숨을 쉬고 가는 길

하루의 산행이 이렇게 신선한 곳이 또 있을까

선자령은 쉬워서 접근하기 쉽고

쉬워서 등한시하기도 한다

고향길에 있는 이산을 허구한 날 오르고 또 오르고 있다

 

 

까마귀

눈 덮인 산야에서 뭘 먹고살까

그래서 다 떠나고 홀로 남은 것일까

 

 

선자령 숲길을 빠져나왔다

선자령 바우길의 스탬프 찍은 곳에서 산행은 끝난다

 

 

강릉바우길은 상당히 여러 갈래다

절반이상 걸어보았지만 

마니아가 제법 많고 협회에서 관리를 잘하는 둘레길중에 하나이다

 

 

오늘 걸었던 길이 강릉 바우길 1코스이고

바우길 2코스는

양 뗏목장 담장길- 전나무숲- 국사성황당- kt송신탑--반정-대관령옛길을 따라 강릉 쪽으로 내려가는 코스다 

표지석옆 갈대밭이 무성한데 철 지나고 나니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지나간다

한때는 가을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 찍던 곳이다

내 인생도 푸른 시절 지나고 나니 시들해진 것 같다 저 갈대의 모습 같아 한컷 남겨보았다

 

 

신재생에너지관 뒤로 서있는 풍력발전기

바람이 없나 보다. 멈추어 있다

풍력발전기가 멈추어있는 시간

선자령을 걸었던 시계도 멈추었다

얼마가지 않아

나는 또 선자령을 향한 태엽을 감고 시곗바늘 초침처럼 똑 각 똑 각 발길을 옮길 것이다

 

 


범일국사는

 “부처의 뒤를 따르지도 말고 다른 사람의 깨달음도 따르지 말라." 하였다

가장 존귀한 것은 자아뿐이라고 한다

본분을 자각하고 부질없는 것에 상심하지 말고 스스로 자기 마음을 지켜 큰 뜻을 깨뜨리지 말라는 뜻이다

 

어릴 적 부모님께도 맞아보지 못한 귀싸대기를 선자령에 오면 원 없이 맞고 간다

선자령은 엉덩이 푸짐하게 눌러앉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볼을 사정없이 내리친다

이렇게 사나운 날도 끄덕 없이 걷는 그대는 이미 성불을 향한 수행이요 부처이다

20250208 by 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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