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명산을 다녀온 지 언제였던가
까마득하다
더 잊기 전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산이 날 오라는건 아니지만
이산 저산 눈에 익을 때까지 또 오르고 싶은 욕심이다
늘 보는 산친구들은 상봉역에서 춘천행 기차를 타고 간다지만
나는 인천에서 전철로 3시간 30분 이상을 가야 한다
자차로 다녀오는 것이 훨씬 시간 절약이 될 것 같아
이른 아침 경춘가도를 달려서 도착했더니 9시다
미리 도착해서 휴식을 가진 후 산행을 하면 되겠다
청평인근 노상주차를 할까 고민하다가 종일 5000원인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한숨 푹 쉬었다
호명산은 상천역에서 출발해 청평역으로 하산한다고 하여
다시 전철을 타고 상천역에서 친구들을 만나 산행길에 나섰다
인천에서 청평까지 오는 동안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에는 어느덧 가을 냄새가 풍겨 나온다
산에 다니기 좋은 계절
부지런히 산으로 들로 누비고 다닐 판이다

가평 호명산 632m
- 2025.9.14. 일/날씨 맑음
- 인천 7시 10분 출발-청평역 9시 도착
- 청평역 전철 10시 10분 출발-상천역 10시 15분 도착
- 상천역 앞 시내버스 10시 25분 출발-호명호수 10시 40분 도착
- 산행시작 호명호수 11시
- 산행마무리 청평역 16시 20분
- 산행코스: 상천역 -시내버스로 이동-호명호수-장자터고개-기차봉-호명산-전망대-조정천-청평역
- 산행거리:9.9km


청평역에 주차를 하고
상천역까지 1 정거장을 전철로 이동했다
전철역 앞에서 호명호수로 가는 버스가 금방 도착한 덕에
기다림 없이 대략 20분 버스를 타고 산중턱의 호명호수에 도착했다
산좀 탄다 싶은 사람은 상천역부터 걸어서 이동하는 산꾼들이 있는데
상천역에서 호명호수까지는 약 4km,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호명호수에 도착하니
이곳을 안내하는 문화역사 해설사님이 계시는데
갈길이 바빠 안내를 듣지 못하고 산으로 향했다
태양광 하늘 거북이 호수 가운데 떠있는데
가뭄 탓인지 물이 많이 빠져 있어서
호수의 풍경을 제대로 뽐내지 못하고 있다
부유식으로 설계된 거북이는 수량에 상관없이 항상 호수에 떠있게 된다

양수식 발전을 하는 호명호수는 가평 제2경에 속한다
호명호수 虎鸣湖
호명호수는 양수발전소의 인공저수지로, 국내 최초로 건설된 양수식 발전소의 상부저수지로
호명산의 수려한 산세와 더불어 넓은 저수지는 백두산 천지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절경이다.
호명호수공원은 이러한 호명호수를 자연친화적이며 테마가 있는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가평읍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산유리에서 하차, 또는 청평면 상천역에서 하차하여 호명호수까지 등산을 하며
주변경관을 즐길 수 있다.
공원에서는 사륜바이크와 전기차를 유료로 이용할 수 있어 타고 다니며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호수에 있는 거북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부유식 태양광발전설비로 호수에 떠 있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호명호수 팔각정에서 내려다보는 청평호반 역시 일품이다.

호명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공원 안내도
"3분이면 제주도 1일 전기 사용량을 만들 수 있어요"
신현옥 가평문화해설가
"호명호수는 빗물이 아니에요. 북한강 물을 능선까지 끌어올린 거예요.
남는 전기가 있을 때 물을 끌어올렸다가 전기가 필요하면 물을 흘려보내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에요."
해발 500m대 능선에 자리한 호명호수는 1980년에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양수식 발전소다.
신현옥 해설가의 말에 따르면 1970년대에 3 가구가 살던 상지마을이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전기 부족으로 정전이 잦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했다.

호명산의 이름에 걸맞은 호랑이 조형물이
초입에서 폼나게 반기고 있다

지형도를 보면 호수가 있는 이곳 지형이 상당히 독특한 것을 알 수 있다.
백록담 같은 화산분지처럼 9부 능선에 계곡이 완만하게 똬리를 틀고 있어,
좁은 입구만 막으면 호수를 만들 수 있는 지형이다. 북한강과 가깝고,
수도권 변전소도 가까워 양수발전소를 짓기에 천혜의 장소였던 셈이다.
689억 원이 투입되어 5년간의 공사를 거쳐 1980년 완성되었으며, 지금도 당시 원형 그대로다.
산 아래에서 땅 속을 파고, 위에서 구멍을 파서 만났는데, 오차가 6cm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기술력이었다.
일본의 기술을 들여왔으며, 이 공사로 인해 우리나라 건축 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3분이면 전기를 만들 수 있으며, 전기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는 데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6시간이면 북한강에서 물을 끌어올려 이곳 호수를 다 채울 수 있으며, 반대로 물을 방출하면 240만 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2010년 기준 제주 시민 전체의 하루 사용분 전기량이라 하니,
50여 년 전 기술이 지금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호수둘레 넓은 아스팔트길은 사륜바이크와 전기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다
오른쪽 방향, 호명산 들머리로 이동했다

호명산이란 호랑이가 우는 산이라 하여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들이 이곳에 올라 호랑이의 정기를 받아 수태하기 위해
백일기도를 올렸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어서 그런지 이곳 호명호수에 호랑이 조형물이 놓여 있다.

청평양수 수력발전소는 1970년 타당성 조사를 거쳐 1977년 착공하여 1980년 준공식을 거행하였다.
댐 축대 아래로 타임캡슐 미로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저 멀리 축령산과 서리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축대 끝나는 지점
산행들머리는 시작되는데
상천역까지 4km, 버스를 타지 않았으면 2시간여를 이곳까지 걸어서 와야 한다
오늘의 목적지 호명산까지는 3.6km 약 2시간 거리의 정상이다

이질풀

산행 초입은 걷기 좋은 흙길이고
경사도가 완만해서 무척이나 맘에 든다
오늘 가평은 28도라고 했는데 바람이 한 점도 없어서인지
어느새 땀이 줄줄 흐른다

호명호수에서 겨우 800미터 올라왔는데
장자터고개 쉼터에서 가방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
이미 등판은 땀에 흠뻑 젖었다

호명산 정상 가는 길은
경기둘레길 22구간에 해당한다
◆경기옛길과 경기 둘레길은 다른 길이다

산행시작한 지 30분쯤 지나자 길은 험해진다
호랑이가 살았던 산답게 거친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비에 씻겨서 나무뿌리들이 드러나 있기도 하고
로프를 잡고 오르기도 한다

산행시작 후 50분쯤 되는 거리에 스테플러를 박은 곳도 있다
조심조심.... 아주 험한 산은 아니지만
무조건 안전을 의식하며 서두르지 않고 오른다

산행시작 후 1시간 만에 기차봉 전망대에 도착했다

빽빽한 숲터널 끝에 처음 만나는 경치, 기차봉(618m)이다.
아갈바위라고 도 하는데 옛날 호랑이가 이곳에 올라 포효했다고 하여 유래한다.
지금은 넓은 전망데크 아래로 경춘선 기차가 지나는 경치를 실컷 내려다볼 수 있다.
데크 가운데엔 조경석처럼 구멍을 뚫어 자연 바위를 그대로 살렸다.
뙤약볕이라 오래 머물긴 어렵다.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3.7km는 짧지 않아 땀이 나지 않고는 정상에 닿을 수 없다.

봉우리 하나 올랐다고 다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잘 조성된 나무계단이 있어
쉽게 내려선다

호명산 1.3km를 남겨두고
이제 호명호수에서 2.3km 남짓 왔을 뿐인데
12시가 넘었다고 배꼽시계가 야단이 났다
이른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선 탓일 게다
밴취가 있는 넓은 터에 자리를 잡고
만찬을 즐기자니 일어설 줄 모른다...
노닥 노닥 시간의 돗자리 위에 웃음꽃은 절로 신이 난다

호명산 이름 유래는 사실에 가깝다.
1894년부터 네 번에 걸쳐 조선을 찾았던 영국인 여행가 비숍 여사는 '조선은 호랑이가 정말 많은 나라다.
어느 마을의 한 아줌마가 물을 길으러 갔다가 변고를 당했는데,
나중에 보니 사람은 없고 핏자국과 사람 다리 한 짝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중국 속담에 조선 사람들은 1년의 반은 호랑이한테 물려 죽은 사람 문상 다니고,
1년의 반은 호랑이 사냥 다닌다는 말이 있다'라고 여행기에 썼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여러 문헌에 호랑이로 인한 사람과 가축의 피해가 기록되어 있으며,
태백산 부근에만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시신들을 매장한 호식총이 200여 개가 있다.

호명산이 점점 가까워질 무렵
오른편으로 탁 트인 풍경이 열리기 시작한다
저 멀리 북쪽으로 연인산이며 운악산 더 멀리 화악산까지 고개를 내민다

기차봉을 지나면서 호명산까지는 길이 유순하다
그래서 경기 둘레길에 끼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름드리나무는 없고 갈참나무 군락지를 따라 숲길을 걸었다

강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쉼터도 있고...
호명산의 특징은 중간중간 쉬어가라는 밴취가 많다
그 벤치 다 쉬다 보면 오늘 산행은 한없이 길어지겠다

나무 그늘아래 이쁜 버섯들이 가득하다

잠깐 길을 잘못 들어.... 다시 위로 올라가니 길이 있다

청평시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은 점점 이쁘게 와닿는다
기차가 지나가고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오르고
강물이 흘러가는 곳
동화 같은 세상을 만났다

좀 더 왼쪽으로 앵글 돌리니
조정천을 끼고.... 청평시내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하.... 이 시점에서 아래로 내려갈 뻔... 호명산 100미터

【호명산】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청평리에 우뚝 솟아오른 632m의 호명산(虎鳴山)은
산에 바위가 많으며 옛날에는 산림이 우거지고 각종 산짐승이 많이 살았으며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을 때 호랑이들이 많이 서식하여 범[호랑이]이 많이 울어 대던 산이라 해서 범울산이라 부르다가
호명산(虎鳴山)으로 굳어졌다.
조선 세조대에 김질이 녹양평 일대[현재 양주시 어둔동, 의정부 일대]에서 호랑이 7마리를 잡았던 일도 있다고 한다.
경춘선 철길 옆에 솟은 호명산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의 남쪽 아래로는 청평호반을 끼고 있고,
서쪽 아래로는 조종천이 굽이쳐 흐르고 있어
정상에 올라서면 마치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듯한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산행을 위해서는 여러 개의 변형코스를 잡을 수 있으나 기존 코스 외에는
잡목이 우거져 헤치고 나가기가 곤란하므로 길을 따라 올라야 수월하다.
정상에서 주능선을 따라 북동쪽으로 가면 호명호수로 이어진다.
정상에서 호명호수까지는 3.7km 거리에 2시간 정도 걸린다.


저 멀리 호명호수 둑이 보인다
3.6km 떨어져 있는데 참 멀게 느껴진다
지금부터 억새가 가을 풍경을 붓질하듯 그리는 계절

호명산의 종합 안내도를 볼틈도 없이...
너무 지체했던 시간이 많아서 서둘러 하산을 재촉한다

화악산 방향으로 한 번 더 바라보고...

정상 넓은 터에 수북하게 피었던 개망초꽃 옆에서 사진을 남겨보며
가을물이 이제 들기 시작하는데
가을물이 더 들면 얼마나 더 이쁜 풍경을 선사할까..
산은 오르기 힘들어도 하산을 하려면 언제나 아쉽고.. 발길을 돌리기 싫어진다

정상의 삼기준점

뭉게구름이 한창인 계절
개망초 꽃이 이뻐서 그 옆에 앉아보았던 풍경을 두고 청평역 방향으로 하산 시작이다

하산길은 제법 가파르다
언제나 그러하듯
주변에 강이 있거나 바다가 있으면
가파른 길이 다반사다

능선길에 돌을 쌓아 올린 무더기가 있다.
돌탑이라기엔 많이 허물어진 흔적. 옛날이었다면 호식총일 수도 있다.
호식총虎食塚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혀 죽은 이의 무덤이다.
남은 시신 일부를 수습해 화장한 뒤 돌무덤을 만들고, 그 위에 시루(그릇)를 얹고 시루 구멍에 쇠가락을 꽂아둔 형태다.
죽은 이가 호랑이의 노예 귀신인 창귀倀鬼가 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창귀가 호랑이의 노예에서 벗어나려면 희생자를 찾아야 하는데 가족과 인척 순서로 찾아간다고 하여,
호환을 당한 집안과는 혼사를 맺지 않았다고 한다.
쇠가락은 물레의 부속품인데 시루 안에서 나오지 말고 영원히 맴돌라는 주술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호식총은 벌초는커녕 사람이 얼씬도 하지 않는 금욕의 상징이었던 것.

온몸에 옹이가 박혔다가 빠져나갔는지..
구멍이 나있지만
의연하게 자라고 있다

청평호 전망대
강이 가까이 보여서 하마터면 다 내려와서 쉬는 쉼터인 줄 알겠다..

청평댐

가파르게 줄을 잡고 한참이 더 내려가야 한다

숨을 고르고 가라는 쉼터를 지나

또 한바탕 내리막길로 서둘러 내려갔다

길옆에 말라 비틀지는 망태버섯
오랜만에 만나는 버섯이라 한 장 찰칵
가뭄이라서 버섯이 날씬하다

청평역 1km 남긴 시점에 생활체육시설이 있는 쉼터

또 한바탕 내려서니
발을 담그고 싶은 개울을 만난다
땀 냄새 푹푹 나는 발을 씻고 싶지만
일행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앞서 가버렸다

청평역 가는 길이라고
700미터 남았다고...
그런데 청평역으로 건너다 기타다리가 지난번 비에 떠 내려가서
우린 한참이나 돌아서 청평역으로 가야 한다

들판에 핀 엉겅퀴꽃이 무성하게 하늘을 찌는 길

아름다운 시절의 풍경이 되는 우리 산우들

백로야
넌 친구가 없니

기타 다리는 비에 쓸려내려 갔지만
좀 우회하기는 했어도 이 목재교가 있어서 다행이다
이정표를 보아하니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위한 도로다

다리를 건너 생태공원옆 벚꽃나무길을 걸어서...

청평역에 오후 4시 20분에 도착했다
다리를 우회하는 바람에 거리가 좀 더 멀어졌다
정해진 이정표보다 더 먼 길을 걸었다
짧다고 생각했던 길이 멀게 느껴진 길이다
가깝고 쉽다는 생각은 비켜 갔다
수도권을 벗어났으니 바람이 있을 거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빗나간 시간의 모둠이지만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을 모든 걸 치유해 준 하루다
우리 삶은 딱 하나만 즐거워도 다른 걸 잊고 살 수 있는 힘이 난다
무더웠던 여름 끝에 가을 싣고 오는 푸른 하늘이 있어서
오늘도 길을 나서기를 참 잘했다는 행복을 안고 집으로 간다
20250914. by 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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