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寺

포천금용사-가을에 기대어 앉아 그리운 이를 기다립니다

kyeong~ 2009. 9. 22. 23:56

금용사 가는 길

 

송장 메뚜기가 옷깃을 스쳤다

갑자기 섧다

 

금용사를 오르던 돌계단 모서리가

속세로 떨어져 나간 것이 안타깝고

석탑 아래 누워

제가시에 찔려 아프다, 아프다 하는

밤송이가 섧다

수숫대 머리를 저을 때마다

초록 물이 씻겨져 나가는 시간

법당 문설주에 하필이면

베옷 입은 매미를 만나다니

매미 등에 걸린 단청

꽃상여 타고 떠나는 매미야.

 

2009.9.20. 포천금주산 금용사에서.

 

 

깎아지른 벼랑에 부처님이 앉아 있습니다

 

 

몇번을 돌계단에 쉬어가며

법당문을 들어섰습니다.

매.란.국.죽 사군자가 문설주에 기대어 있었습니다.

제가 가을에 기대어 그리운이를 기다리는것처럼.

 

계절이 수없이 지나갔지만

늘 이자리에 있습니다

그리운 그가 저만치 걸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바람이 불어 숲이 밤새도록 울던날도

이렇게 벼랑에 앉아 있습니다

바람이 쉬었다가고

새가 쉬었다 가고

나도 쉬었다 갑니다.

 

 

초록 물이 빠져나가고

제가시에 찔려 아파하는 시간

나도 그래요

내가 한말에 찔려

저렇게 누워서 몇일쯤 아파합니다.

 

 

어쩌나요.  붉은 삶이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줍니다.

꽃이 지는 자리에 머물렀다갑니다.

갑자기 섧다. 아프다. 시리다.

 

부처의 문을 꼭잡고 길을 떠나지 못합니다.

이곳에 있으면 누구라도 떠나고 싶지 않은가봅니다.

 

저수지를 수 놓았던 꽃물들이 빠져나가고 있어요

저녁연기 피어나는 시간

저렇게 내버려 두고 우린 돌아서왔습니다.

 

가을 섶에 갈대가 왔네요

떠날 것은 떠나라고 작은 길을 내어놓고...

 

가을이 오더라도

이렇게 웃고 있는 얼굴이 있었어요 

서럽지 않으려고 저 얼굴에 얼마나 오랫동안

눈을마주쳤는지 몰라요.

 

 

 길끝에서 만난 웃는 얼굴

이 해바라기가 아니었으면

저 그밤내내 가슴이 젖어 있을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