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사 마루에 앉아
드문드문 핀 연꽃밭을 지나
봉선사에 들렀다
햇살이 막 일어난 자리
차별 없이 고른 마루에 앉아
찾아드는 저녁을 본다
허공을 보아도
법당 문고리를 보아도
티클 하나 없는 어스름
나그네 가슴에도
단주를 굴리는 스님의 등에도
고르게 내리고 있는 어둠
댓돌 위에 올려진
사람들의 신발을 본다
주인의 얼굴을 닮은 신발들
다른 마음으로 걸어온 신발들이
가지런히 불당 앞에 모여 있다
절간 앞에 피었어도
절간을 향해 피는 연꽃도 있고
절간 밖을 향해 피는 연꽃도 있고
스스로 그렇게 피는지도 모르게 피었을 거다.
梁該憬
2010.8.16.남양주 봉선사에서
포천을 돌아 나오는 길에
봉선사를 만났다
햇빛이 머물다 간 절간마루에 않아있는 저남자
무얼 저리 골똘히...
마루 끝에는 벌써 가울을 물고
기다리고 있었다
더위가 버티고 있을 날이 몇일이나 될까
큰 법문을 깨우치지 못하여
신발을 벗지 못합니다
오늘도 그냥 지나갑니다
절간 뒷마당
오종종 모여 있는 작은 불심들
큰 것보다
넓은 것보다
조용히 뒷마당에서 불경소리를 듣는 것이 나는 더 좋다.
더러 님의 웃음이 필요하면
잠시 빌려가도 되겠는지요
어찌 웃어야 할지 모를때가 참 많았거든요
하늘을 보며 님의 웃음처럼 크게 웃어보고 싶습니다.
자신을 잡고 있는 것입니까
바람을 잡고 있는 것입니까
처처에 웃고 있는 부처님을 잡고 있는 것입니까
문을 닫지 말라
어떤 마음으로
어디에서 걸어오든
문을 닫지 말라.
날마다 불을 밝힌다지오
바람이 불고
해가 저문 들녁을 걸어 오더라도
편히 찾아 들라고.
편히 앉으세요
있을만큼 있다가
가고 싶을 때 가세요
올때도 갈때도
문은 열려 있습니다.
무수히 열려있는 소원들
혹시 나를 위해 기도를 해보셨나요
그렇다면 무슨 소원을 빌었나요
가진 것도 없지만
전 번번이 무엇을 빌어야 할지 몰라
눈만 감았다가 옵니다.
선뜻 들어서지 못하고
마음만 노닐다 갑니다
이름없는 풍경으로 지내다가
문득 단청빛 곱게 드리울날 있으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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