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의상능선-기우는 햇빛에도 환장하게 붉은 가을아!

kyeong~ 2009. 10. 27. 10:59

가을 숲에서

 

가네, 가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빨리도 가네

온종일 쫓아가도 앞서가는 가을이여

 

골짜기마다 붉은 물고기

떨어져 나간 나의 마흔 줄은

어느 골짜기를 타고 내릴까

 

기우는 햇빛, 의상 능선 넘어갈때

비단같이 붉은 산허리에 들어서니

가슴은 염치없이 더 붉어라

 

 2009.10.25.의상능선에서

 

 

 

 

 

 조각 맞추기를 한것처럼 서있는 산

우리의 삶도 조각조각 이어왔었지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삶에 순응하면서

 

  아래를 향하여

흘러가기도 하고

 

정상을 향하여

오르기도 하였지만

나의 가을은

 아래에 있던것이나

위에 있던것이나

함게 붉어간다는 것.

 

 

너른 바위에 앉아서 타인의 가을인것처럼

바라보기도 했었지요

 

 

 

바위에 기대어

붉은 가슴 내놓느라

얼마나 망설였을까

얼마나 긴 기다림이였을까

 

 

기우는 햇빛에도

타들어가는 가슴이여

너는 오늘 내게로 오라.

 

환장하게 붉은 가을아

너만 이리 붉으면

나는 어찌하라고

 

세상이 뭐라고 해도

붉은빛이 최고다

사랑처럼 붉은 ....

아마 사랑을 하지 못했다면

심장은 최악의 빛깔로 물들었으리

 

길을 잃어도 좋다

아니 길을 잃고

한번쯤은 정처없이 떠나고 싶다

이정표같은 것은 그져 스쳐버리고.

 

떠나자

누구의 발자욱을 따라서라도

저 발자욱들이

인생의 아름다운 무늬가 된다는 것을.

 

텅빈 길에서

나무의 냄새에 취해보자

바삭거리는 갈잎의 소리를 들어보자

순간

누가 가장 그리워질까.

 

굽이 굽이

조각같은 삶들을 이으며

참 많이도 넘어왔지

지나고 나면 모든것이 아름다운것

 

 

  지금 이자리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될수도 있으리라

세상밖은 늘 아름다움의 연속.

 

 마음이 혹여 성벽속에 갇혀 있다해도

성밖의 아름다움을 향하여

 탈출을 시도 하겠지

누가 저 성벽을 넘어

바위 위의 붉은 단풍옆에 서있을텐가

 

궁궐같은 성안에서도

세상밖은 늘 그립다

이 미칠것 같은 가을 앞에서는...

 

성밖이 무조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내속에 갇힌 아름다움이

내인생을 치장해왔다는 것을 알까?

 

 아무렇게 떨어진 잎한장도

세상을 그리는 그림이 된다

무조건 걸어간 내 발자욱이

어느 길모퉁의 그림이 되어 떠오르길...

 

순서도 없고

공식도 없고

그져 잡히는 데로 타고 오른 흔적들

그 흔적이

다음생의 길이 될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