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북한산-황량할수록 적막하고, 그래서 난 더욱 떠나고 싶다

kyeong~ 2009. 11. 16. 21:37

내일은 영하의 기온이라는 예보가

이리저리 흘러다녔다

노란색이 가시지 않은 은행잎을 위하여라도

아직은 가을이였으면 좋으련만

 

플라타너스잎이 바르르 떨고 있는 거리

벌써 겨울로 가는 적막이 들리는 듯하다

차들이 주욱 서있던 도서관 길에는

마른잎들이 주욱 쌓여있었다

붉은빛을 모두 잃어버린 마른 잎들

 

독바위길을 올랐다

하늘이 푸르다

적막이 가득하던 마음에 푸르디 푸른 하늘이 내려왔다

황량한 공간,

담담하지 못한 마음을 치유라도 하는듯

푸른하늘이 가득히 내려오고 있었다

 

친구 둘과 나 

낯익지도 않고

낯설지도 않은 산길을 따라

어느땐 내가 앞서고

어느땐 내가 뒤쳐져 가고

어느 모퉁이에서는 

찬바람이 폐부가 멎을듯 강렬하고

한모퉁이에서는 따뜻한 햇빛이 모여있었다

 

그대는 오늘 어느 모퉁이에 서있던가요?

 

梁該憬

2009.11.15. 북한산 독바위길

 

 

 

 이름하나에

봉우리가 수없이 많다

내육신 하나에 새겨진 장기들처럼

한눈에 보여도

알것같지만 모르는 산봉우리들 

 

오늘 몇개의 봉우릴 오르겠지만

언제까지 기억하고 있을지..

 

 

족두리봉

여성의 마음처럼 둥글다

날까롭거나 오르기 까다로운 다른 봉우리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족두리봉

저기 발자욱처럼 찍혀있는 것은

누구의 것?

 

나무 한그루 없는 봉우리

황량한 바람이 낯설게 하지만

푸른 하늘이 내게로 들어온다

 

가득히 쏟아지는 푸른 하늘이라도 없었다면

바람이는 산야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바위 위에도 겨울은 오나보다

마른잎

앙상한 나뭇가지

산위로 치고 오르는 바람

너무 황량하다

그래서 난 머물지 못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향하여 바라본다

낯설다

한강이 그렇고

남산이 그렇고

멀리 관악산이 그렇다

갑자기 온세상이 아득하다.

 

허리 굽혀

세상을 보아도

큰바위 뒤에서

세상을 보아도

모두가 적막하다

 

자손을 잉태한 몸이라

함부러 떨어지지도 못합니다

딱딱한 각질로 굳어가는 보호벽

 

어제 부터 떠들던 영하의 기온이

첫얼음을 만들어 놓았네요

바위의 결을 거스르지 않고

바위를 닮으려 했어요

  

아! 방방곡곡 모든곳을 떠돌고 싶다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무조건 떠나고 싶다.

 

 

육신에 맴돌고 있는 붉은 마음

얼마나 긴세월동안 잡고 있었던가

 

 

 붉음이란 것은

어차피 허공을 맴도는 것

모두 그곳에 놓아버리고

자유로이 떠돌다  가는 영혼이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