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멎은 자리에서
그 많던 바람
어디로 간 것일까
모로 누워 놀다간
바람의 흔적만 가득하다
나이 든 철쭉꽃 귀 열려면
두세달은 남았는데
바람이 썼던 그물
비로봉에 벗어두고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바람이 벗어 둔 것들을
맥없이 좋아하는 쉰 돌
이 높은 곳에서 하얀 가슴은
어쩌자고 길을 묻지 않네
잠시도 잊어 본 적 없는
임을 만난 것 같이
돌아서기 싫은 바람의 자리
어쩌다가 바람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梁該憬
2010.2.21.소백산 비로봉에서
사람이 살다가
이승에 남기는 무늬는
어떤 결을 남기고 가게 될까요
하얀 무덤을 남기는
사람이 되었으면 참 좋겠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요
허허 벌판에서
바람 한 번 기막히게 맞으며 살았습니다
이리저리 바람이 놀다간 자리
왜 이렇게 마음이 급해지는지
서둘러 다가섰습니
등성이마다 뛰어 다니며
바람의 천국을 만들었나봅니다
수많은 흔적들
바람의 나라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바람이 남기고 간 자리를
이렇게 오랫동안 지키고 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바람이라 하여 항상 소리를 지니는것이 아니라
세상을 조용히 묻어가는 지혜도 있답니다
내 영혼도 저속에 묻히고 싶은.
바람의 꿈
낙원을 만들어 가는 꿈
가리울것 없는 들판에서도
바람의 꿈은 이렇게 아름답게 익어갑니다
끝없이
끝없이
바람에게로 밀려가는 내마음
아마도 헤어나긴 힘들것 같습니다.
어쩔수 없이 바람의 나라에 포로가 되었습니다
아, 나 이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바람이 이렇게 아름답게 살아가는 줄 몰랐습니다
바람도 하얀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가 놀던자리마다
마음이 아니가는곳이 없는것을
나는 정말 가기싫었다는 것을
그자리에서 진저리나게 머물고 싶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작은 울렁임에도
온마음이 하얀 파도를
끝없이 끌고 옵니다
작은 가지에 매달려
앙탈을 부려봅니다
설마 저아래 언덕으로 밀어내지 않겠지요?
순결한 쉰돍베기가 되어봅니다
잊지못해 날마다 기다렸던 임을 만난듯이
이렇게 하염없이 떠날줄을 모릅니다.
아마도 오른쪽으로
바람이 몰려갔나봅니다
모두가 그곳을 향하여
바람을 기다립니다
저기 키작는 나무처럼 서서
한없이 그 흔적을 바라보았습니다
이길을 따라
나는 돌아가야 하는데
어쩌자고 이렇게도 나를 놓아주질 않는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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