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숲에서
진달래 화염으로 솟는 산에
벗을 두고
홀로 걷는 숲길
하필, 동백꽃이 이리저리 떨어지다니
동백꽃이 지는 길
고개를 들 적마다 동백꽃이
푸른 잎을 타고 마을로 내려갑니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마다
발걸음을 내려놓으며 가는 길
보리밭 푸른 바람은 즐거운가
그때마다 동백꽃은 최후의 순간인데.
2010.4.11.전남 강진군 신전면 수양리에서
길이 아닌 곳을
길처럼 걸었습니다
안갯속을 지나는 아침은
진달래를 바리바리 안고 왔습니다.
처음엔 벗들과 무리지어 갔었지요
문득 홀로 걸어도 좋을 것 같아서
홀로 걸었지요 동백꽃이 피고 지는 그 즈음에.
그날따라 아무도 없는 길
동백꽃이 없었다면
얼마나 쓸쓸했을까
이보다 더 붉은 꽃이 있으랴
오
동백꽃 속으로 온몸을 던졌습니다
붉은 인당수였던가
아마도 난
영혼이 붉은색
붉음에 취해 그만 더는 길을 묻지 않았습니다.
어머나..
지는 꽃잎이라도
푸른 잎에 몸을 맡기네요
유랑을 떠나는 꽃잎
이 길을 따라 바다까지 갈 수 있는 걸까
온통 붉은 것뿐인 숲에서
차라리 꽃잎처럼 눕고 싶다
청보리밭에서 바람이 올라올 적마다
푸른 잎을 타고
마을로 내려가는 꽃잎들
꽃잎 지는 줄도 모르고
푸른 바람은 온종일 일렁이네
벗들을 두고 홀로 걷는 길
그날따라 아무도 없는 길
바람을 따라 걸었다.
홀로 걷는 나그네를
바라보노라
이 땅끝에서 동백을 볼 줄이야
꿈에도 그려본 적 없었건만.
우연히 만났어도
반가운 그대
홀로 걸어서 더 반가운가
나는 꽃처럼 고개를 들어
붉은빛이 되네
동백꽃을 보고 사는 생강꽃
지금까지 보던 것보다는 더
포근함 맘을 가진 것 같은 생강꽃
남녘땅은 마음 넓은 것들만 살고 있다.
봄 동산의 귀여운 액세서리
이꽃을 달고 어디를 가도 좋을 봄이여
봄, 내게로 온 봄
수양리에서 만난 것은 우연이었던가
덕룡산 진달래
길이 아닌 곳에서 누구를 만나려고
봄마다 피고 지고
다행히 나를 만났으니 망정이지
그 고운 얼굴 아무도 보지 않았다면
슬퍼서 어찌할 뻔 했던가요
산불이란다
소나무 다 타버리겠네
아무도 끄려고 들지 않네
이방인은 불나방
푸른 바닷가
푸른 보리밭을 건너오는 님을 보는 중인가
자꾸 높이 높이 올라갑니다
혹여,
내가 이동네를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건가요?
강진 수양리 마을
푸른 바람이 불때마다 동백꽃은
한없이 울었지요
동백꽃 질 때마다
진달래라도 피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끼가 살이 올랐어요
바위마다 눌러앉아
봄을 맞고 있어요
푸른 것마다 눈이 가는 나이
바위 옆에 이끼처럼 앉았습니다.
봄이 오거나 가거나
늘 여기에 있을 테요
봄이 오거나 가거나
늘 푸를 테요
봄이 오거나 가거나
그대 위한 길은 남겨 둘 테요
,
,
,
,
예정에 없었던 강진 수양리 마을에서
그날따라 아무도 없는 길을 걸어도
외롭지 않던 길
오랫동안 동백꽃 지는 모습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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