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연어
앞으로 가거나
뒤로 가거나
발등을 툭툭 치는
개망초를 따라 들어간 무건리
한 뼘 햇살에 모여 있는 이끼들은
물만 먹고도
계곡을 지키는 순종적인 초록
안개가 이끼처럼 눕는다
모태 속에 갇힌 영혼처럼
잠이 온다
물소리에 귀를 열어
홀로 듣던 열 달의 기억
시간을 벗기자
유영을 하는 온몸의 털들
무중력의 세상으로 온
초록 연어.
梁該憬
산행인이나 산나물 채취하러 온 사람들의
사고가 잦아 통행을 금지한 마을
통행금지하기 전 친구들과 다녀온 그때까 아른거려
이틀간의 시간을 내어 비가오고 안개가 낀 날씨지만
모태 속처럼 편안한 오지마을을 다녀왔다.
도라지꽃이 지금 철이였구나
보랏빛만 좋아하고
보랏빛 도라지꽃이 언제 피는지 몰랐다
무건리 마을에서 웃어주는 도라지꽃
엄마처럼 입을 다물고 웃고 있네
머루가 익어갑니다
칠월비처럼 송알송알 맺혀서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이것뿐인가요
오디도 길가에 꺼멓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세상이 모두 내것처럼 풍요롭고 한가했습니다.
분교가 없어지고
인적마져 드문곳
매미의 세상이 되어
요란하게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칠월달에 한판뒤집어질 일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소나무 빛깔 참 선명하지요?
껍질도 참 매끈하고요
맑은 이슬먹고 자란 소나무인가요?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란 소나무 같습니다.
이끼계곡입니다
물빛좀 보세요
너무 맑아서
손을 담그기가 아깝습니다
저 이끼계곡을
어렵게 어렵게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누군가 매어 둔 작은 밧줄을 타고 사투를 벌이듯 올라갔습니다.
온힘을 다 들여 올라왔습니다
나뭇잎 그림자 헤엄을 치고 있습니다
이 물길을 따라 조심조심 따라 들어갑니다.
조오기 조금 보이죠?
동굴속같은 곳에서
이끼는 모태속 융털같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끼들 품에서 조용조용 자라고 있는 이파리
이끼옆에 누워서 물소리를 들었습니다
돌아온 연어처럼
이끼숲에 누워서 물소리를 들었습니다.
한뼘의 빛이
이렇게 고운 이끼를 키우고 있었어요
꽃이 아니고도
꽃처럼 이쁜 이끼
누워서 보니
폭포수 흐르는 것도 장관입니다
아주 작은 물길이지만
그모습이
장난꾸러기 아이들 같아
하루종일 보고 있어도 이쁜 모습입니다.
몇포기의 풀과
두송이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키낮은 이끼 숲에
꽃이라는 이름으로 두송이 피어있습니다.
온천지가 이끼천지입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누워서 하늘만 보고 싶은 곳입니다
그렇게 딱 하루만이라도 있어보고 싶었습니다.
바위마다
틈마다
어루만지며 낮게 살아가는 이끼
키 낮은 것들은
어루만지며 사는 것이
세상일인줄 압니다.
이끼를 보호하고 있는
양수같습니다
한평짜리
물빛좀 보세요
한키를 훌쩍 넘을 것 같아요
이 모태 속으로 오기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을 헤엄쳤던가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던가
얼마나 많은 노래를 불렀던가
고만고만한 세상에
고만고만한 빛깔로 살아가는 이끼세상
불청객 같은 풀들이 자라고 있어도
그들은 고만고만하게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이끼들에겐 바다였을까요
저기를 건너가지 못하고
뭍에 모여 살고 있어요
이끼만 못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저도 못 건너가요
더 이상은 갈수 없는 세상
여기까지가 나의 천국
이끼 세상 속으로 거슬러 오른
초록 연어
행복해서 미칠것 같은 이시간
백투더 패스트
멈추어버린 시간.
저쪽에 노랫 팻말 보이죠?
작은 계곡 같지만
물이 깊고 위험지역이라
일반인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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