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설악산-大靑峰! 참 푸르다

kyeong~ 2010. 10. 13. 16:29

大靑峰

 

대청봉으로 가는 동안

버티고 선 돌계단

가도 가도 계단뿐

고통의 의미를 더듬으며 오르기는 하지만

대청봉은 나오기나 하는 걸까

 

홀로 길을 모르면 어떠하리

폭포를 치고 오르는 바람처럼

오르면 되지

급한 걸음일랑 돌아서 가라

저 바람처럼, 물처럼

 

大靑峰! 참 푸르다

나무 끝마다 펄럭이는 하늘이 푸르고

밭 밑으로 흐르는 바다가 푸르다

끝없이 너른 푸름

푸른 마술에 걸려

무릎에 집을 짓던 고통을 내려놓는다.

 

梁該憬

2010.10.10.오색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동안

 

 

오색약수터

몇해전 폭우로 유실되고

새로 단장한 약수터

여기에 대청봉으로 가는 시작의 깃발을 꽂았다.

 

 대청봉을 오르기도 전

한계령 산머리에 걸린 구름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기서 대청봉으로 가는 길을 모르지만

사람들따라 오르면 되겠지..

 

고목의 폼이 당당하다

거친 세월에도 묵묵히 서있었으니

그럴수밖에

산에 자주 가면 산을 닮고

물가에 자주 가면 물을 닮는다

의연한 저 나무들을 어느새 조금씩은 닮아가겠지

 

 

산머리에 걸렸던 구름은 어디로 갔나

하늘이 푸를대로 푸르다

그래서 설악의 꼭데기를 大靑이라고 했을까

산이 높은 만큼 가진 것도 많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단풍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고목과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붉은 잎들...

10월엔 설악에 아니갈 수가 없다.

 

아! 드디어 대청봉에 올라섰다.

저기 중청이 보이고..

예전에 저기로 올라왔었지

발자욱이 묻어 났던 곳이라고

반갑기 그지없어 손을 흔들어 주었다.

 

푸른 바람과 하늘과 바다...

내려가기 싫다

푸른 세상에 갇혀

영원히 푸르게 살고 싶다.

 

울산바위, 속초바다..

여기서 보이는 모든 것들은

내것처럼 귀하다

품안에 넣고 영원히 기억하리라

 

남설악..

굽이 굽이 푸른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다

구름 한점없이 흘러가는 저 산줄기들

겉치레 없는 세상을 흘러가는 것 같아서 더 좋다.

시간이 된다면

이제 눈감고도 오를것 같은 이길을 올라서

동해를 타고 오르는 일출을 한번 보리라.

 

 올라오는 길에 간간히

눈을 즐겁게 해주던 설악의 단풍들

햇살에 얼굴을 내밀고 웃고 있다

 

 오르는 내내 하늘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단풍 사이로 보이는 하늘

단풍과 대비되어 더푸른것 같다.

 

이제 시작인 단풍의 계절

난 또 얼마나 방황하고 다녀야 할까

이들의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길위에 있으리라.

 

 

 

 

혹시 몰라 뒷트렁크에 넣고간 등산장비가

얼마나 고맙던지..

누가 볼사람도 없는 이른 새벽이라

화장도 하지 않고

10월의 하늘아래 적나라하게 얼굴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