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유장한 강, 바람도 흐르고, 예빈산도 흐르네

kyeong~ 2010. 2. 17. 15:07

눈 산행

 

큰 짐승의 등에 타고

덤덤하게 흐르는 강을 따라갔다

짐승의 다리는 강마다 빠지고

깃털은 흰빛

가끔 털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강이 깊다

바람도 깊다

흰털을 갈기 전의 큰 짐승은

속이 가장 깊다

강에 빠지지 않으려고

짐승의 등에서 견딘 하루

눈을 감고 있어도

눈을 뜨고 있어도

큰 짐승의 하얀털이 날아다녔다.

 

梁該憬

2010.1.15.(적갑산에서 예빈산까지 눈 산행을 하고서)

 

 

 하얀 털을 가진 짐승

가끔 털에서 바람소리가 일었다.

 

온종일 길을 찾느라

큰 짐승 힘들었겠다

바람을 움켜쥐고 같이 달리기도 하면서

 

큰 짐승은

속이 깊다

흰털을 갈기 전에는

유장한 강의 깊이만큼 깊다.

 

 발을 뻗어 잠기는 만치

큰 짐승도 속을 내어 준다

강마다 발을 내딛어보며...

 

 무엇을 바라는가

무엇을 그리는가

무심히 흘러가는 강

 

 큰 짐승의 등을 타고 온 식구들

멀리 두고 온 식구가 그리운가 봅니다

 

바람이 툭 치고 가라고

모서리 모서리 내밀고 있습니다

바람 깊은 날

우우우우~ 함께 소리내며 걸어가자구요

 

 이산 저산

둘러 봅니다

겨울 파노라마

이끝에서 저끝까지

노칠수 없는 산줄기, 강줄기

 

 더 깊이 고개를 내밀고 파고 듭니다

이 큰짐승은

저 얼어있는 강의 마음을 알까요

 

 하얀 털을 갈고

꽃이 지천인 봄날

시퍼런 강줄기에 몸을 던질 날 있을걸요.

이 큰 짐승을 타고 있는 난

아마도 꼭 그럴걸요

 

 나무의 마음으로

바람의 마음으로

속이 깊은 강의 마음으로

큰 짐승위에서는

마음이 여러개 입니다.

 

 항상 틈으로 세상보는것이 취미 인것 같습니다

온천지가 트인 산마루를 걸으면서

이틈을 발견하고

혼자 즐거웠던것 아시나요?

 

나와 함께

큰 짐승의 등을 타고 여기까지 왔었나요?

강줄기에 취해서

따라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벤트 행사

신기해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먹이가 얼마나 귀했으면

인간의 손을 믿고 있습니다

다행이 믿어도 되는 손.

 

마른가지가 지켜 선 곳

찬 바람에도 그냥 서있네요

허리를 내어줄만도 한데...

손목 굵기 밖에 안되는 마른 나뭇가지와

강줄기를 보았습니다

얼어있는 강

그래도 난 흐른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니

참 많이도 걸어왔고

언제 저 고봉을 넘어왔는지...

우리 참 많은 굽이를 걸어왔지요?

힘든지도 모르며 살아온 날들.

 

문득 여기서 새가 된다면

좋겠다는..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겁니다

날아가는 꿈을,

인생에 날개를 단적이 몇번이었던가요?

 

길 끝

여기에서 오늘을 끝낸다는 것 몰랐습니다

도깨비 박물관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걸어 온 시간도

어쩌면 도깨비 장난이 아니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억은 있으나

어디로 갔는지 길을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산하

가슴에 저장하고

모든 것을 놓아 두고

잠시 쉬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