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산행
큰 짐승의 등에 타고 덤덤하게 흐르는 강을 따라갔다 짐승의 다리는 강마다 빠지고 깃털은 흰빛 가끔 털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강이 깊다 바람도 깊다 흰털을 갈기 전의 큰 짐승은 속이 가장 깊다 강에 빠지지 않으려고 짐승의 등에서 견딘 하루 눈을 감고 있어도 눈을 뜨고 있어도 큰 짐승의 하얀털이 날아다녔다.
梁該憬 2010.1.15.(적갑산에서 예빈산까지 눈 산행을 하고서)
하얀 털을 가진 짐승 가끔 털에서 바람소리가 일었다.
온종일 길을 찾느라 큰 짐승 힘들었겠다 바람을 움켜쥐고 같이 달리기도 하면서
큰 짐승은 속이 깊다 흰털을 갈기 전에는 유장한 강의 깊이만큼 깊다. 발을 뻗어 잠기는 만치 큰 짐승도 속을 내어 준다 강마다 발을 내딛어보며...
무엇을 바라는가 무엇을 그리는가 무심히 흘러가는 강
큰 짐승의 등을 타고 온 식구들 멀리 두고 온 식구가 그리운가 봅니다
바람이 툭 치고 가라고 모서리 모서리 내밀고 있습니다 바람 깊은 날 우우우우~ 함께 소리내며 걸어가자구요
이산 저산 둘러 봅니다 겨울 파노라마 이끝에서 저끝까지 노칠수 없는 산줄기, 강줄기
더 깊이 고개를 내밀고 파고 듭니다 이 큰짐승은 저 얼어있는 강의 마음을 알까요
하얀 털을 갈고 꽃이 지천인 봄날 시퍼런 강줄기에 몸을 던질 날 있을걸요. 이 큰 짐승을 타고 있는 난 아마도 꼭 그럴걸요
나무의 마음으로 바람의 마음으로 속이 깊은 강의 마음으로 큰 짐승위에서는 마음이 여러개 입니다.
항상 틈으로 세상보는것이 취미 인것 같습니다 온천지가 트인 산마루를 걸으면서 이틈을 발견하고 혼자 즐거웠던것 아시나요?
나와 함께 큰 짐승의 등을 타고 여기까지 왔었나요? 강줄기에 취해서 따라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벤트 행사 신기해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먹이가 얼마나 귀했으면 인간의 손을 믿고 있습니다 다행이 믿어도 되는 손.
마른가지가 지켜 선 곳 찬 바람에도 그냥 서있네요 허리를 내어줄만도 한데... 손목 굵기 밖에 안되는 마른 나뭇가지와 강줄기를 보았습니다 얼어있는 강 그래도 난 흐른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니 참 많이도 걸어왔고 언제 저 고봉을 넘어왔는지... 우리 참 많은 굽이를 걸어왔지요? 힘든지도 모르며 살아온 날들.
문득 여기서 새가 된다면 좋겠다는..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겁니다 날아가는 꿈을, 인생에 날개를 단적이 몇번이었던가요? 길 끝 여기에서 오늘을 끝낸다는 것 몰랐습니다 도깨비 박물관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걸어 온 시간도 어쩌면 도깨비 장난이 아니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억은 있으나 어디로 갔는지 길을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산하 가슴에 저장하고 모든 것을 놓아 두고 잠시 쉬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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