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겨울밤
음력으로는 아직 섣달인 2월에
삭풍에 잠을 깬 시곗바늘이
온 방을 돌아다닌다
비밀의 방문을 열고
다시 한 칸 건너
먼지 쌓인 방문을 연다
유물처럼 잠들어 있는 유서들
한때 장밋빛이었던 유서들이
속속들이 장미를 발라내고
가시만 누워 있다
애초 유혹의 빛이라곤 없는 천진한 가시들
슬픔 같은 것도 없고
아픔 같은 것도 없고
장미가 피었었다는 흔적도 없다
그래도 장밋빛 유서를 남기고 누워있는 가시들을
시곗바늘이 돌아다니며 깨우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죽어 있는 것을 보며 후회를 한다
죽음같이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에.
2007. 2.15 (섣달 스무여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