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두물머리
강기슭을 두 바퀴나 돌다가
연밭에 마음이 갔다
봄이 온다는 3월에
허리를 굽힌 연
이젠 봄이 싫어지는가
연대궁으로 봄을 삼킬 적마다
깊어가는 골다공증
그래도 바리바리 푸르렀던 기억을
잊지 않는다 연은.
.
梁該憬
2010.3.7.두물머리에서
인생이라는 집을
수없이 설계하고
그런데로 모양을 갖추어 잘 지었습니다
어느날부터 자꾸
구멍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빈 깡통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며
마음이 허공에 매달려 있었지요
강가에서
봄이 온다는 3월의 강가에
마음을 흘려 보내보았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어디든 흘러갈 수 있었지요
타인이 보기에는
유유히 흘러가는 멋진 인생이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고삐에 묶인체
그자리에 있을뿐이랍니다
이 넓은 강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었는지
아시겠지요?
당신도 그랬을테니까요.
그러다보니
이젠 자꾸 고개가 숙여집니다
젖어있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쓰다듬으며
봄이 온다는 삼월
빈대궁으로 봄을
덧없이 덧없이 마시고 있습니다.
얼마나 큰 삶을 살었는지
얼마나 푸르게 살았었는지
아시겠지요?
모두가 다 그럴듯하게 살아왔지만
마음속은 늘 허허로왔습니다.
얼었다 녹았다
동안거를 하는 것처럼
묵언으로 수행하는 것처럼
어깨위로 지나는 바람을 모르는체
너무나 조용한 시간.
어느날 갑자기
인생에서 수행하는 시간이 찾아들더군요
어느것은 단념하고
어느것은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하면서.
아무것도 그립지 않은 것처럼
시간의 흔적만 남기고
겨울같은 봄이고
봄같은 겨울
연이 좋은 것은 허물을 벗지않아서 입니다 나는.
아름다웠던 것은
비어 있는 곳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가 피었던 여름에
발길이 머무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라져 간다는 것은
고독을 마디 마디 풀어
안개같이 강물에 풀어 놓는 일
어느날 강가에서
외롭다거나 쓸쓸함을 까닭없이 느꼈다면
강기슭 어딘가에서 고독을 마디 마디 풀어내고 있는
염원이 있어서 그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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