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위해서
길위에 서있는 것은
아침 이슬처럼 맑고 행복합니다.
경춘선로 위의 금곡역
이곳에서 10월의 어느 아침을 만납니다.
10월 속으로 들어가는 표를 끊고서..
고개를 내밀어 기차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이슬이 국화꽃에 앉았다가 간 10월의 아침
긴 여운을 뿌리며 기차는 서서히 다가왔죠
한때 나무의 집을 지어주던 나뭇잎도
빗물을 머뭇머뭇 흐르게 했던 나무껍질도
세월이라는 비바람에 내어주고
홀로
길이였노라
바람이였노라
세월이였노라
노래합니다.
마른 바위에 맡긴 삶도
가을에는 단풍같은 마음인가봅니다.
붉은듯, 아니 붉은듯
자꾸만 가슴을 내미는 키작은 나무..
나도 가끔은 키작은 나무의 단풍이 되려한답니다.
강과 길이 뒤섞여 흘러가는 세월
엎치락 뒤치락
하염없는 시간들이 흘러갑니다
너와 내가 만나
강이 되고 길이되어
함께 어우러졌습니다.
가끔은 앞서 걸어간 그들의 흔적이
살아가는데 큰 이정표가 되기도 합니다
꿈이요.
쉼터요.
새삶입니다.
굽이 굽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산맥
지금은 이자리에 있지만
언젠가는 저 수묵의 능선위에 서서
또다른 세상과 만나리
봉화산이 어디인지
문배마을이 어디인지 몰라요
그래도
우린
어떤 지침앞에서 한박자씩 꼭 쉬어갑니다
굴지성 뿌리들
더러는 굴광성으로
수액의 역순환으로
몸통처럼 굵은 뿌리가 되었어요
사람도
감출것과 들어 낼것을
역행하며 살아가기도 하지요
수량이 부족한 구곡 폭포
다행이 단풍들이 뛰어들지는 않겠네요
천천히 절벽을 타고
유람하겠네요..
이폭포수에 붉은 단풍수가 흐르면
이제 가을은 손흘들며 떠나겠지요
마흔아홉의 가을...
참으로 마음이 시리답니다
어쩌면 이리도 마음이 시릴줄이야...
이제 다시 돌아서 갑니다.
손에 쥔 기차표의 목적지대로
우린 가야합니다.
돌아서 간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만남이지만
또한편은 긴 이별이지요
아쉬움은
기차가 지난 철로의 여운처럼 남아있기 마련입니다.
약속했던것은 아니지만
문득 머물게 된 강촌역
벽화처럼
가슴에 남는 그림을 마음속에 그렸는지요.
몇번을 더와야
이곳에 살고 싶어 질까
몇번을 더와야
뻐꾹새의 벗이 되어 함께 울까
몇번을 더와야
흙냄새가 코끝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강촌에서
마음의 문을 다 열지 못하고
떠납니다
언젠가는 마음의 문을 열수있는 열쇠를 찾겠지요.
기차가 천천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그려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수다로 그려야 할 이야기도 있고
눈빛으로 그려야 할 이야기도 있어요
손짓으로 나눠야 할 이야기도 있어요
기차가 천천히 왔으면 참 좋겠습니다.
해는 저물고
한낮의 스펙트럼을 통과하던 빛이
밤이라는 터널을 지나 흑백의 시간으로 흘러갑니다
그대들이 지나가던 그날밤의 흑백의 시간들
유난히 뒤척이던 밤이였던걸 그대들은 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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