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 路

벽초지- 바람구멍 사이로 비가 내리고

kyeong~ 2009. 7. 15. 23:32

 

간밤 내내 꿈을 꾸었지만

억수 같은 비에 떠내려가고 말았습니다

약속 없이 방문한 인연은

혼자 자유로이 떠돌다

부유물처럼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가벼이 떠돌던 것들은

나만 자유롭지 못하게 묶어두고

언제고 떠나가고 마는 것인가요

미세한 힘을 빌려

기억을 하려 했지만

흑백의 그림만 주문하고 말았습니다

왜 비를 맞으며 내게 떠돌다가 갔었는지

알길이 없어

바람구멍 사이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약속없이 방문하는 인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梁該憬

2009.7.12.

 

 

(2009.7.12.사진은 경기도 파주의 벽초지에서)

연잎 위에 내린 비는

전생에 연꽃이었을까.

 

곱디 고운빛을 띤 꽃잎도 비가 오면 방황을 합니다

비가 오면 길 위에 있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인가요?

 

 

익을대로 익은 삶

이제는 어디에서 달콤한 세상을 얻고 싶어

이렇게 나들이 길에 나섰을까요

 

 

 

비가 오는 날은

각자의 그리움에 빠져서

옆은 보지도 못하고 스쳐 지나갑니다.

  

 

빗물을 따라 흘러 내린 꽃잎

우연이라도

하얀 대리석 위에 앉는 운명이군요

그래도 빗물에 젖고 있는 모습은 슬퍼보이기도 해요.

 

장미꽃잎의 길 떠남을

무리무리 바라보고 있네요

그녀가 간것처럼 언제 저렇게 갈지도 모를일이지만..

 

 

어떤이가 빗속에 머물렀다가 갔을까요

또 누가 와서 어떤이를 기다리다 갈까요

기다림과 그리움을 위해

배려를 한다는 것...

당신은 누구를 위해 빈의자가 되셨습니까?

 

 

억수같은 비가 지나가고

거센 바람이 지나가고

꽃잎 부비며 함께 지낸 밤

 

    

하늘을 보며

아래를 보며

붉은 여름을 보냅니다

 

 

붉디붉은 치마밑

은밀한 궁전으로 꿈결처럼 찾아드는 이

이비 그치고 어디로 가버릴지 모르지만.

 

 

 어디로 갈까나

어디로 갈까나

한쪽의 배가 되어 길을 나섰습니다.

 

  

빗물이 지나가는 징검다리

바람따라 떠돌더라도

그것은 그대의 디딤돌이 되기위함이 였습니다.

  

비오는 밤도

바람이 지나가는 밤도

우린 비슷한 입을 모아

할이야기가 많았지요

이미 잊혀진 이야기도 많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우린 비슷한 입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살아 갈것 같습니다.

   

무작정 길을 나서고

이곳에 머물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나는 외발로 서서 그들의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언제 또 떠날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꽃이 되려고 노력한적은 없지만요

꽃들이 낸 길을 따라

꽃잎처럼 걷고 싶었어요.

 

 

우리가 꽃을 바라보고 사는 것 같지만

꽃보다 영원한 우리의 인연이 있지요

꿈속같이 스친 인연을

세월이라는 억수비에 자꾸만 흘려보내고 있긴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