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 路

죽서루-오래고 오랜 시간을 흘러가는 내고향

kyeong~ 2010. 3. 31. 16:01

죽서루에서

 

마루에 누워 있으면

강을 건너온 바람이

온몸을 적시던 날이 떠올라

4월을 목전에 두고 또 왔습니다

이맘때쯤이면, 오십천 강물이

꽃 빛에 펄럭이고

대나무는 꽃빛든 강물에 취해

잉어 한 마리 건져 올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제는 눈발이 날리고

오늘은 죽서루 기왓장 빛입니다

더디게 오는 봄이지만

언제나 신발을 벗고 들어 설 수 있는 이곳에서

봄보다 아름다운 유년을 그리다 갑니다.

 

2010.3.28 삼척죽서루에서

 

 

 

 

참 오랫만입니다

바로옆까지 왔다가도 그냥가길 몇번

날씨가 흐린 덕에 다른곳에 못가고

낯익어서 편한 죽서루에 왔습니다.

 

4월이 지나고 얼마후 벚꽃이 피면

저기 마루에 올라 꽃향기에 취해 있으면 좋겠지요?

바람이라도 이는 날이면

벚꽃 흩날리는 모습이 얼마나 고운지 아는 사람 있으세요?

 

 

이렇게 바위면 바위

나무면 나무 그대로 살리고

누각을 지었답니다

누각을 버티고 있는 주춧돌

그또한 생긴데로 다듬지 않고 썼답니다.

 

전날 눈이오고

오늘 하루종일 흐린 날씨지만

산수유꽃이 바위뒤에서 반기고 있었어요

다웃지도 못하고 반쯤 웃는 모습으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어릴적 이마루에 앉아서

꽃빛에 취한 강물도 보고요

바람이 누워가는 물결도 보았지요

희끗한 저 기둥에 등을 대고 앉아 있어보세요

얼마나 편안한지...

이렇게 편안하게 유년을 보냈답니다.

 

   이쪽을 보아도

저쪽을 보아도

모두가 정든 나무들

수없이 피고지는 꽃을 보았고

몇년의 바람을 느꼈습니다.

 

저끝만 바라보아도 마음이 탁트이지 않나요?

더러더러

답답함이 밀려올때

대숲에서 하늘을 보았었죠

허공보다는

이렇게 높은 끝을 가진 대나무숲이 좋았습니다.

 

 

대숲소리 한번 들어보세요

서로를 부딪치면서도

상처하나 없이

미끈하게 자라는 저 모습들

오늘은 강물이 그리운가 봅니다

강을 향하여 허리를 휘고 있내요

그리운이 그림자라도 떠있는건가요?

 

 

 검정대나무, 오죽이라고 하지요

함께 어울려 수많은 세월을 부비고 지냅니다.

마디마디 건너간 세월

비틀어진것 하나 없이 잘 보냈습니다.

 

담장 밖으로 누가 오고있습니다

바로 나

고향의 모든것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운 사람을 이곳에서 만난다면

손잡고 허리 굽히고

이곳을 지나며 웃어보는 것 어때요?

전요 꼭 그렇게 할겁니다.

오랫동안 잊었다가 꿈결같이

소꿉친구를 만난다면

손잡고 이곳을 지나고 싶어요.

 

  

 누각과 함께하는 오죽

참 어울리는 벗들이지요

대나무가 많아서 죽서루이름이 너무나 어울리는 이곳

쉬어가고 싶을때

이곳에서 세상을 잊어보세요

누구라도 이곳에 오면

마음은 흘러가는 강물이 됩니다.

 

봄이지만 활짝 웃는 꽃은 없지만

푸르게 반겨주는 댓잎때문에

좀더 머물다 갑니다

이리 돌아보고 저리돌아보고

댓잎을 보는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바람과도

죽서루와도

겨울눈과도

고목과도...

어느것과 서있어도

어울리는 모습이

나를 머물게하는 이유입니다.

 

 

오죽을 좀더 가까이 찍었습니다

오죽으로 만든 포크를 선물 받은적이 있어서

더 반기며 가까이 갑니다.

누구나 가까이 가는 것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죠

한때 참으로 좋아했던 사람이

직접 깎아서 만든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천년을 가도

그대로인 이끼

내마음도 천년이 가면

그대로 일까요?

햇살이 있건 말건

기왓장에 붙어

흔들림없이 살아가는 이끼의 삶

이끼가 있어서 한번더 시선을 주고 갑니다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곳에서.

 

봄인데

고향에 왔는데

꽃이 안피었다고

투덜거렸습니다.

돌아오는 길

이웃집 담장아래 핀 꽃

이렇게 고향은 꽃 선물을 줍니다.

 

  

 

조금만 더 햇살이 머물다 갔으면

활짝 웃어줄텐데

꽃을 보는 내내

내배에 힘이 들어간것 아시나요?

툭터져 피어날 꽃잎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어쩌면 내 배꼽에서 동백꽃이 순산할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