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 路

수밀원-그녀의 봄

kyeong~ 2010. 3. 9. 23:17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쥐불놀이 깡통 두개를 보았습니다

청춘을 불지르고 싶은 두남녀가

팔이 아프도록 돌리며 밤을 보내다가

묵은 나무에 걸어두고 간것일까?

대보름의 추억을 걸어두고 있는 나무 아래서

3월 어느 하루 혼자 걷다 말고

차한잔 마시고 싶습니다

 

쥐불놀이 깡통이 종소리처럼 댕그렁 소리낼것같은 날에

다행이 늘어지지 않아서 좋은 벗나무 아래서

툭하고 꽃잎이 입 떨어진 개구리처럼 튀어나올 봄을 기다리며

차한잔 마시고 싶습니다

 

강에는 아직 시린 바람이 건너다니고

지난해 가을의 갈대가 누런빛으로 서있지만

벗꽃잎 하나 금방 틔울 것 같은 나무 아래서

우두커니 차한잔 마시다 일어서고 싶습니다.

 

 

부용산으로 가는 길이 였지만,

양수리 두물머리에 잠시 들렀습니다

꿈에 그리던 곳도 아니지만 자다가 두번씩이나 깨서

잠결에도 두물머리를 들러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색의 푸석한 빛이 강가를 돌아다녔습니다

아침부터 강가를 걷는 사람들

나는 혼자 걷고 다른이들은 둘이서 손잡고 걷고 있었습니다.

수밀원, 허름한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두켤레의 짚신이 나란히 뉘여있습니다.

몸의 부분중에 손가락이나 발가락은 자라는 것을 멈추었지만

머리카락은 잘라도 잘라도 또 자라는것처럼

사람이 그리운것은 아니지만

두개씩 짝을 지워 있는 것을 만나면

사랑을 그리워합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랑을 꿈꾸며 살아갈 것 같습니다.

 

앉으라고 내어 둔 의자에 앉지 못했습니다

혼자 앉았다가

문득 문간에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봄빛에 무르익은 매화같은 부끄럼이 아직도 남아있거든요

참 저는 혼자 걷다가 옆을 안봐요

혼자 앉아서 차를 마실때도

그냥 차만 마셔요

누가 보고 있으면 참 부끄럽잖아요

이나이에 뭘 그러냐고요?

글쎄 말입니다

전 아직 매화꽃잎같은 부끄러움이 온가슴에 떠다니니

이게 웬일인가요?

 

벌집처럼 차곡차곡 만들놓은 집에

문고리를 열고 들어 오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문을 꼭꼭 잠그었다가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알듯한 사람이 문앞에 서면

살며시 잠근 문을 풀어두고 싶은 사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헛된 기대라고 해도

마음에는 여러개의 집과 방을 만들어 두고 있어요

햇볕 좋은 날 내가 나를 봅니다

자전거를 둘이서 나란히 타고 갈 꿈을 꾸는 내가 참 이쁩니다

여러개의 방을 두고 사는 내가 어떤날은 참 곱기도 합니다.

 

 

 딱 고만한 자전거 두대

어깨위로 벗꽃이 지나가고

산수유 그림자가 지나가는 봄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고 싶습니다

마음을 내어줄듯 말듯한 그사람과 달리고 싶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는 사람과

자전거를 탄다면 참 좋겠어요

어느만치 가다가 세워두고

두물머리 강줄기를 바라보는 오후, 그런 오후를 기다려봅니다.

두물머리를 갈때는 꼭 바지를 입고 나설겁니다

혹시나 자전거를 타고 싶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