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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하
변함없는 소나무를 닮으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바늘 같은 잎을 온몸에 꽂고 살아가는
소나무의 힘겨움에 눈이 간다
떠날 줄 모르고 붙어사는 잎들을 거니느라
나무들 숲에서
등이 휘고 유난히 금이 많은 껍질들
힘겨운 삶이 가시처럼 찌르더라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아버지의 세월이 보인다
늘 푸른 것보다는 한번쯤은
빈 몸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싶었을 것이다
겨울이면 마디마디
하늘이 준 순백의 선물을 안고
바람보다 크게 춤을 추고 싶었을 것이다
바람소리보다 더 크게 웃고 싶었을 것이다
손목을 쪼는 새 한 마리에게
정다운 이야기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먼 곳으로 가지 말고 곁에 있어 달라는
애원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홀가분하게 푸른 하늘을 휘저어 보자는
약속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잎들에게 들키지 않게
바늘같이 찌르는 우리를 안고 살아가느라
바람결에 흔들리는 날에도
꼭 안고 살아가느라
여인의 속살 같은 흰 눈 한번 안아 보지 못했다
소나무의 푸른 잎을 보니
때가 되면 떠나라는 말이 바늘처럼 박힌다.
2004. 뒷산 산책로에서 소나무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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