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군고구마를 앞에 놓고

kyeong~ 2005. 1. 25. 02:07
군고구마를 앞에 놓고


저 작은 개미도
땅 밖과 속을 자유로이 넘나드는데
돼지 젖먹이 듯
올망졸망 새끼들을 끼고
땅속에 누워 있다

사과나 귤과 같이
진열대에 올라
탱탱하게 물오른 몸을
자랑하고 싶었을지도 몰라

붉은 메니큐어 칠한 손이
온몸을 감싸 안는
소름끼치게 행복한 날을
손꼽아 기다렸을지도 몰라


아니다
땅속에 묻혀 꽃 한 번 피워보지 못한
서러움이 북받쳐서
서리서리 푸른 잎이
그렇게 많이 돋아나는지도 몰라

훗날,
숯불에 타들어 가는 순간에도
너로 인하여
달게 익어가는 마음을
알아주는 이 있을까.


2005.01.04 군고구마를 먹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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