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의 라이브 공연이 있는 날이다.
친구가 보내준 소중한 티켓덕택에
12월의 주말이 들뜬 기분으로 찾아 들었다.
공연장은 아차산 언덕에
꿈같은 조명으로 반겨주는 워커힐의 비스타홀
성탄을 위한 조명들이 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밤으로 가는 길을 도와주었다.
공연장 안,
자가용은 많이 밀리는지라 셔틀버스를 이용한 우리는 좀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관객을 위해 준비한 식사를 하는데 시간을 조금 쓰고
창가에서 바라다 보이는 한강으로 향하여 나란히 섰다.
한강을 따라 흐르는 불빛만큼이나 마음도 감성으로 흐르는 저녘
날을 세워 덤비는 날씨쯤은 행복으로 반겨주었다.
우리나이와 너무도 친숙한 이문세
청바지를 잘 입고
입담이 입에 껌같이 하루 종일 마르지 않을 것 같은 가수
아는 노래와 모르는 노래, 그리고 중간 중간 몇 구절만 아는 노래
객석에 조명이 꺼지자 어둠이 관객을 한 뭉치로 묶어 놓는 시간
발라드의 조용한 정적과 흥에 겹게 하는 댄스곡은
아티스트와 관객의 조화를 적절하게 조화시켜나게 했다.
이문세 그의 연륜 만큼이나.....
낯선이와 서있다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 누구나 어울려 볼만한시간이다.
공연장 시설이 호텔에 비해 낮아서
“그져 그렇군” 하던 좀전의 생각을 이문세가 닦아 내어 주었다.
의자에 올라가서 열광하는 사람 (여기서 신비와 해비가 갑자기 떠오름)
아예 통행로에서 춤을 추는 사람
뒤에 빈 공간에 빠져 나와 스스로 흥에 겨워하는 사람
늘 점잖게 앉아 있던 우리 대장도 박수를 치며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을 목청높은 음으로 이끌기도 하는 멋진 관객들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어두운 공간에 하나로 어룰려 보내던 2시간이
짧게 흘러가버리고 하나 둘씩 아쉬운 미련을 남긴 체 밖으로 나왔다.
그리 많이 걷지 않아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생각지도 못한 축복같은 선물
남태령을 지나고 외곽순환도로에 접어 들 때 쯤
도로를 메우고 나무를 덮어씌우기 시작하는 눈
와이퍼로 밀어내기 버거운 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차선은 알 수가 없고 주먹만한 눈과 차량비상등의 조화
지금 그 순간은 지구의 끝에 있다 해도,
이 밤 내내 길 위에 있다 해도,
시간이 얼마나 흘러가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눈이 무한정으로 쏟아지는 하늘을 보았다.
나무위에 새하얗게 덮인 눈처럼 내 머리와 어깨에도 눈은 쌓여만 간다.
신발이 눈 속에 파묻혀가는 것도, 찬바람에 볼이 얼어버리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이다.
워커힐에서 집까지 5시간
참 아름다운 겨울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대장머리가 히끗 해지고 마음이 지치기 쉬운 한해를 보내면서
친구 덕택에 뜻하지 않은 행운 즐기게 되었다.
친구야 다시 고맙다 언제 맛있는거 사주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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