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美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kyeong~ 2009. 4. 8. 12:07

 

모처럼 해가 아파트 꼭데기를 넘지 않은 시간에 집에 왔다

화단에 핀 목련과 개나리가  햇살을 꾹 물고

흐드러지게 웃고 있는 것을 보노라니

뒷산에는 진달래가 무리무리  가시는 걸음 마다 놓여 있겠지

 

얼마만의 횡재인가

진달래 만발해 있을 정든 산책로를

뒷짐 지고 팔자 걸음으로 걸어보는 기분

천천히 올랐다

 

지난해에 열렸던 열매를 겨울바람은 다 거두어 가지 않았나보다

찔레 열매가 조로롱 걸려 있는 사이로 찔레잎이 제법 자란 길을 따라 가노라니

까치가 인기척에도 호들갑을 떨며 날아가지 않고 앉아 있었다

 이곳이 나말고도 정이 들만큼 들었을 까치들.

 

뉘엿한 석양을 받고 화알짝 웃고 있는 진달래꽃

꽃잎 하나를 따서 코에 대어 보았다

어릴적에 꽃잎을 따서 먹던 그 향기...

콧속이 시원하고 속까지 파고드는 화한 느낌

진달래 향수가 있다면....하나쯤 품고 살아도 좋을듯한....

 

 

 

지나는 사람이 아무도 안보였다

꽃잎을 한웅큼 따서 주머속에 감췄다

왠지 모를 행복감이 주머니속에서 웃고 있었다

누가 아는 사람이 지나가면

주머니속 행복감때문에 저 좋아 죽겠어요 말할것 같다.

 

찹쌀을 반죽하고 호도알 크기로 떼어 내어

동글동글하게 빚어서 참기름이 자글거리는 후라이팬위에 올렸다

뒤집게로 꾸욱 누르고 거의 익었다 싶을때 진달래 한잎을 사뿐히 올렸다

 

티비를 보며 웃다가

함께 웃게 되니까 더 크게 웃어보는 우리들

출출해진 우리는 지금 화전을 앞에 놓고 작은 행복에 젖었다

몇겹의 추위을 벗기고 핀 두견화처럼.

 

 

2009.4.7.연수동 배수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