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 산행
비가 그친 뒤
혼자,
이끼 숭숭 난 소나무 가지 사이에 걸터앉아도
열없지 않은 산을 올랐다
고만 고만한 산으로 삥 둘러 쳐진 정상,
안개로 가득한 호수를 보면서
둥글고 커다란 탕에
무럭무럭 김이 오르는 동네 목욕탕을 만난다.
밑 둥에 이끼가 가득한 소나무들이
음모가 가득한 사람들의 모양과 같다
제각기 목욕하는 일에 열중인 사람들처럼
구부리고 있거나
바로 서있거나
바위틈에 걸터앉아서
올이 굵은 머리를 쓸어내린 비로
이끼 가득한 음부를 씻어 내리는 소나무
꽃들이 옷을 제대로 입지 않고 산을 오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구나!
이제야 알겠다
목욕탕에 가는 날은
옷을 제대로 입지 않고 나서는 날이다.
2006.6. 산을 오르며
열ː―없다 [여럽따][형용사]
1.조금 부끄럽다.
2.성질이 묽고 째지 못하다.
3.겁이 많다. 열없―이[부사]
4.사투리로 '여럽다'
접근을 막는 방패, 부처님이 뿔났다
부처님 세상도 안개속이라
눈감고 귀막고 살라.
초가 여러개, 타인을 위한 기도를 .....
누구 였더라
갑자기 낯선 아름다움에 발걸음이 머물고
허무의 표정, 어차피 지난 일은 모두가 안개속이야
신비로운 아침을 걸어가네
표백되어가는 아침, 그리 멀지 않은 곳도 멀리 있는것처럼 두고
빙화, 밤내내 얼어붙었던 그리움이 꽃으로 환생 했나 봅니다.
엉켜서 살아가는 곳에도 나름대로 아름다움이 숨쉰다.
안개속같은 세월일지라도
멈추어 서고 싶었던 시간은 존재하듯이.
어느 한곳 내가 갈길은 없다. 그러나 미련을 두고 바라보네.
흙, 얼어있는 작은 몽둥이 얼마나 깊은 세월을 지나야 흙이 되는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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