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에서
나는 발이 있어서 참 행복하다
쉰 해를 걸어서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다
걷고 있으면 고요하고
올려다보면 한없이 시원한 대숲
어떤 이는 속이 비었다고 말하지만
과거의 삶 전부가 여백이었고
앞으로도 한량없는 여백뿐
민가지, 빈자리를 위한 이유다
천지가 늦더위를 먹고 지쳤지만
발밑에서 하늘 끝까지 푸른 대숲
눈속, 입속, 귓속까지 비었던 날
댓잎 비비는 소리가 날 때마다
너에게 빈자리 내어놓겠네.
梁該憬
2010.9.5. 담양 죽녹원에서
어느날 문득 생각지도 못한이에게
초대를 받아 보셨나요
그 초대를 받고 한치의 망설임없이 떠나 볼 생각을 해보셨나요?
내가 가진 용기는 참 편리해서 좋았습니다
거기에 가고 싶었었는데
그대가 초대를 한 이유로 다녀왔습니다
배롱나무 환하게 꽃을 피운 밥집에서
얼마나 따스한 마음의 밥상을 받았는지요
그마음 종지마다 가득하게 녹아내린것을 느끼고 있었었지요
그대들이여
떠날 곳이 마땅치 않을때
마디마디 외로움이 젖어들때
담양을 다녀오세요
세월의 마디마디를 공백으로 채우고 있는 대숲
살아가는 일이 돌아보면 모두가 빈자리 투성입니다
기댈 가지하나 뻗지 않고 하늘끝까지 푸른 대밭을 걸어가노라면
밋밋한 생이
누구하나 없어 외롭다는 생이
하늘끝까지 푸른 날이였다는 것을 알게 될겁니다.
초대한 친구...
서슴없이 오라고 해준것
나도 살아가다가 그렇게 누군가를 서슴없이 오라고 할 수 있을까
또 내가 오라고 한다고
서슴없이 와 줄 사람 있을까
찌는듯한 날씨에
푸르디 푸른 숲으로 초대해준 그녀, 영숙
친구라는 이름이 참 따뜻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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