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의 여름
삽장문을 들어섰는데도
대나무 잎 하나 흔들리지 않습니다
흙담에 기댄 목 백일홍
숨소리 간간이 들리고
바람은 낮잠을 청한듯합니다
여름 지는 것이 느리고
하루 지는 것도 느린 걸 보니
올여름은 미련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댓잎 같은 볕발이 텃마루에 노닐다가
밤이면 봉숭아 꽃물 들이러 갑니다
배롱나무 꽃피워서 초가에 얹어 놓고
밋밋하게 흘러가는 물소리에
귀를 열고 앉아 있노라면
소쇄원의 여름은
세월이 느려서 좋습니다
梁該憬
2010.9.5.담양소쇄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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