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 路

갯골공원-급행열차를 타고 오는 가을

kyeong~ 2010. 9. 25. 15:14

꽃은 쏟아지는데

 

봄에 꽃이 피었고

여름내 피었고

가을 문턱 어딜 가나

꽃부터 손짓이네

꽃피는 것도 모자라

이파리도 꽃 빛이네

가을바람이 휘청거리는 이유를 알겠다

봄부터 이꽃 저꽃 탐하며 불었으니

색색의 몸짓에 어찌 취하지 않으랴

급행열차를 타고 오는 계절

계절행 열차마다 꽃들이 쏟아져 내리고

나는 가을바람이어라

정신없이 피고 지는 꽃길 따라

급행열차를 타고 가는 바람이어라.

 

梁該憬

2010.9.21. 시흥 갯골공원에서

 

 

 

추석 연휴을 만났습니다

일요일, 느긋한 마음으로 강화를 갔습니다

예상치 못한 비를 흠뻑 맞았죠

렌즈에 습기가 차올라 사진찍는 것을 거두고

소나기가 내리거나 말거나

마니산 능선에 화풀이를 했습니다

비를 맞으며 함허동천에서 올라

마니산 정상까지 가는 동안

비는 참 무심하게도 내리더군요

찜질방에서 몸을 녹였지만 발끝까지 시린 저체온...

담날까지 끙끙 앓았습니다.

 

추석전날, 차례음식 장만을 오후로 미루고

가까운 갯골공원으로 갔습니다

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올지...

그것도 모른체 말입니다.

 

 

저기 가을이 오는 것 보이죠?

길을 내 주었더니 길따라 걸어 오고 있었습니다.

 

 

가을하면 황금 들녘이죠

벼가 익어가고

수수가 익어가고...

 

 아,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오늘도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바람도 심상찮구요

이 황금 연휴에 비가 오면

저 화내는데...

가을! 너 조심해

나 화나면 무섭다니까..

 

 

꽃숲에가 바람이 일어납니다

이 가냘픈 세상에 바람이 불면 아니되는데...

숨소리 조차 줄이고

걸어야하는 길에

간들어진 바람의 몸짓

 

참 예쁘죠?

장미? 노노노노....

그렇게 말하면 봉숭아 화나요.

 

부레옥잠화...

비를 맞으며 가을을 보고 있어요

한이틀 피면 지고마는 꽃이지만

무리지어 가을빛을 만들어갑니다.

 

 

 가을 바람에

꽃잎을 많이 날려보냈네요

보내고 또 피고

이렇게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불면

가을이 금방 떠나버리는 것 아닌지..

 

 왠지 금방 가버릴 것 가을같아서

가을이 남긴 흔적이 무엇이든 참 이쁩니다.

꽃피었던 자리는 더 이쁘죠

 

 이 뜨락에는

봄에도 꽃이요

여름에도...가을에도 꽃천지겠지만

급행열차를 탄 계절이 아쉽기만 해요

 

 

 지나간 것에는

항상 미련이 남습니다

미련이 그리움으로 남아있기도 하구요

그리움중에는 유독 붉은것에

마음을 숨깁니다.

 

 가을을 만나려고 기를 쓰고 왔는데

또 바람이 거세 집니다

렌즈를 거부해서

웃는 얼굴을 찍기 어려웠죠

 

  쇠 바람개비 소리가 얼마나 요란하던지

바람개비는 역시

종이바람개비가 좋아요

요란하지 않는 바람소리

쇳소리르 내는 바람개비때문에

코스모스 목이 잘리는 느낌이였습니다.

 

 바람개비소리를 피해서 신작로로 나왔습니다

비는 잠시 멈추었지만

바람은 여전히 불어요

 

 가을이 가버리면

한동안 꽃보는것 힘들텐데...

바람이 꽃을 다 가져가 버리면 어떡하나..

 

 하늘이 파랗고

바람이 없고

비가 오지 않는 날

누구라도 손잡고 여기를 걷고 싶었답니다.

하늘이 파랗고

바람이 없고

비가 오지 않는 날

제게 손 내밀어 줄 그대?

 

 

 

 흠뻑 내린 소나기에

물이 고였어요

물에 비친 코스모스들...

올해는 참 변덕스런 천지신명이 지나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렇게 요란을 떨고 가을 신고식을 하다니...

 

 

 이코스모스는 국제결혼을 했는 건지

피부색깔이 좀 다르죠?

다문화가정을 꾸렸네요

호호 ...

 

 비가 오거나 말거나

그대 꽃임을 알고

꽃처럼 웃고있네요

나도 나처럼 웃어야 할텐데..

 

바람때문에

낙화한 꽃잎

단풍은 떨어질때는 아름답지만

꽃이 떨어질때는 가슴이 아리리 해요

 

물에 잠긴 코스모스도 있구요

바람에 이렇게 꺾인것도 있었어요

잠시 주먹만한 비가 내리고

갈길이 막히긴 했지만

비에 젖을까 카메라를 가슴에 움켜지고 온 덕택인지

지나간 시간들을 아름답게 기록해주네요..

우리 살아가는 날마다 참 아름다운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