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북한산- 모난 것이 좋다

kyeong~ 2011. 4. 18. 22:03

 

모난 것이 좋다

 



내게 알지 못할 용기가 있었나,

암봉을 오르자는 약속을 하고도

미련한 의지는

얼마나 힘들 지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는다


공룡이 일어서는 것처럼

허리를 일으키는 무수한 바위들

각이 진 모서리를

감각적으로 디디며

아득히 먼 하늘을 향한 걸음

 


기복이 심한 바위 품에

따로따로 살아가는

키 작은 소나무들

한결같이 당차게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잘 훈련된 발끝의 감각일까?


절벽을 잡고 살아가는

소나무와 같이

사람들의 각을 잡고

한 줌도 될 것 같지 않은 정으로

내 안에 품노라


삐죽 나온 너의 마음을

좋아했던 것처럼

둥글지 못한 나를

탓하지 말아 주시게

바람 같은 것은 막아주지 못했더라도


 

둥근 바위는

소나무를 키우지 못하는 법 

마르고 딱딱할 바에는

모난 것이 좋다.

 

2006.11.12 북한산 칼바위 노적봉 만경대를 오르며

 

 

 

북한산! 수없이 올랐다

산을 나설 때마다 여자가 험한 곳을 오르내냐는 핀잔을 받으며

길을 나선지도 여러 해가 되었다.

바람을 만날 때 마다 거친 숨소리를 내는 소나무가 좋았고

비바람에도 모서리를 감추지 않는 바위의 진실함에 반해서이다

돌 틈마다 꽃이 피는 봄

예전에는 꽃이 핀다는 것에대해 그리 의미를 두지 않았다

서로 말없는 바위처럼

말한마디 오간적 없는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산을 오르며 웃는 일은

한줌의 물이 그리운 바위 틈에서 꽃이 피는 것같이 소중한 일

산을 오르며 던지는 벗들의 웃음이

바위 틈의 양지꽃보다 더 소중한 나이를 먹었습니다. 제가.

 

 梁該憬

2011.4.17.북한산을 오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