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계룡산-허공을 향해 생을 쓰는 나뭇가지처럼

kyeong~ 2011. 3. 7. 17:28

삼불봉三佛峰에서

 

경칩이라지만

삼불봉三佛峰 날이 선 바위마다

박혀 있는 얼음

기이한 경관을 따라

부처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걸었다

 

산은 의미 없이 가는 곳

매일 바뀌는 풍경을 두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자연과 소통하는 일이 아니다

쉬다가 걷고 그냥 또 걸어서

굼벵이처럼 삼불봉을 넘었다

 

아무렇게나 놓인 바위

제멋대로 발을 뻗은 소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이 땅에 생을 받은 그대여

허공을 향해 생을 쓰는 나뭇가지처럼

허공을 향해 손을 뻗어 보라

무엇이 흘러가고 있는가.

 

梁該憬

2011.3.6.계룡산에서

 

 

 

 

 계룡의 산하를 바라보는 소나무

무심히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누구라도 쉬어 가고 싶은 곳이다

그대는 가슴을 열어

누구라도 쉬어가고 싶게 한적 있었던가

 

 

 계룡산으로 오르는 초입에 자리한 갑사

동료 보다 미리 와서 불당 앞에 서보리라. 했었는데

버스기사가 공주를 지나치는 바람에

먼 거리를 돌아서 왔다.

때문에...시간을 많이 잃어 버렸다.

 

 

 다시 또 오리라

저 불당을 바치고 있는 석축이며

오를 수 없는 저 불당의 문이며...

 

 

 산은 올라봐야

깊이를 알며

능선의 모양을 안다

그에게 나를 온전히 내주기 전에

그 마음을 안다고 말하지 마라.

 

 

 의미를 새기지 말라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풍경

꼭 집어서 무엇이라 말하리

 

 

 저 사람이 오르고

내가 오르고

굽이굽이 오르고 내리고

굼벵이가 가듯

천천히 넘고 또 넘었다.

삼불봉 부처의 마음을 건너가듯.

 

 

 저 소나무

부처의 마음을 알고 서 있는가

그대는 무엇을 알고 바라보고 있는가

겨울과 봄 사이에 빼곡히 박힌 얼음을

조심조심 웅크리고 걸었다

 

 

 넘고 나면 또 한 굽이

저 봉우리가 끝이겠지 싶어도

넘고 나면 봉우리 넘어 또 봉우리

어느 날은 꿈속까지 걷게 합니다.

 

 

 장대한 산줄기

끝없이 흘러가고

흘러오는 곳

이 땅에서 생을 받은 그대들이여

지금 이 순간 가슴속으로 지나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는 살아갈수록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계룡의 장대한 산줄기가

가슴 속에 후련하게 흘러가게 한 것

감사합니다.

이 길에서 그대와 함께 걸은 것

감사합니다.

 

 

 어디를 가나

편한 나의 쉼터

너무 깊거나

너무 집착하거나

너무 사랑한다거나....

그것보다는 적당히 잊고

적당히 알고 가는 삶이 되고 싶습니다.

 

 

남매탑이지만

한쪽만 찍었습니다.

둘이서 걷다가

어느 날 문득 홀로 일 때

온통 마른 바람만 불어올 때

그때가 갑자기 생각나서지요

같이 걸었던 그대가 홀연히 바람처럼 가버리는 것처럼.

 

 

 낮게 살아가는 이끼

어디에서나 잘 살아갑니다

살아가는 것에

꼭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발 닿는 곳에 그냥 살다 보니

그곳이 불당 앞이네요.

 

 

동학사

남매탑 근처에 있던 탑을 옮겨 왔다네요

새로이 석축을 받치고

대웅전 앞에 세워 놓았습니다

나는 왠지 어색함이 느껴집니다

손때묻은 그 자리에 그냥 있는 것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허공을 향해 생을 쓰는 나무

아무데나 가지를 뻗고 자라는 것 같아도

햇빛 잘 드는 자리

바람 잘 통하는 자리

서로서로 골라가며 자리를 잡았지요

 

 

인생의 주름살 어떻게 가꾸며 살아왔나요?

이 나무의 삶의 두께가

지나는 나그네의 발길을 잡았어요

깊고 두터운 저 삶의 골

그대는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