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남한산성- 문수산에 가려다가

kyeong~ 2011. 3. 30. 21:12

어떤 생일

 

3월이 되면 난

아무래도 문수산을 가야겠다는 꿈을 꾼다

퇴근길마다

문수산을 끼고 도는 임진강이 흐르고

길 건너 어둠을 맞이하는 땅은

건너지 못하는 북녘땅이 되곤 한다

1990년 1월이 지나고 스물 한 번째 맞이하는  3월

노을은 꽃처럼 강어귀를 떠돌고

물고기떼처럼 강을 오르는 그리움들

아무래도 문수산에 가야겠다

그의 체온같이 따듯한 두유 한 병을 배낭에 챙기고

버스터미널에 갔지만, 강화행 버스는 없다

높지도 않은 산인데

이번에는 버스 타는 곳을 몰라서 못 갔다

세상에 없는 그 사람의 생일

이제는 지고 없는 별이 되었나.

 

梁該憬

2011.3.27. 문수산을 가려다가 ..

 

 

 

 

문수산으로 가는 버스를 못 찾고

난감했을때

다른 길을 선택 할 수 있다는 것

그대! 바로 그대들이 있어서 입니다.

 

 

 

 남한 산성 들머리

봄이 온다는 3월이지만

부서진 가랑잎만 나뒹구는 산자락에

생강나무가 봄을 알리고 있었답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물러서지 않으려고 앙탈을 부리던 겨울을 보내고

이제는 봄인 것을 인정합니다.

 

 

 성곽을 따라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

심성 좋은 봄볕을 따라

걸었습니다.

생강나무꽃보다 더 환한 웃음을

한보따리씩 안고.

 

 

 

 성곽을 따라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

심성 좋은 봄볕을 따라

걸었습니다.

생강나무꽃보다 더 환한 웃음을

한보따리씩 안고.

 

 

 

 더러는 성벽에 나부끼는 깃발 같고

어느날은 성벽을 지키는 병사같은 소나무

 

 바람이 불었던 흔적도 없고

비가 내렸던 흔적도 없습니다.

자연은 태연해서 좋습니다

 

 겹겹의 기왓장이

무늬를 만들었습니다

그 무늬는 담을 만들고

담은 경계를 만들고

경계의 밖과 안...

그 어느쪽엔가 봄을 부르는 꽃이 피겠지요.

 

 이렇게 한참을 성벽을 걷고 또 걸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 못 걸은 것은

다음의 만남을 위한 약속 같은 것

꽃이 피거나 눈이 오거나

언젠가는 남은 이길 우리 다시 걷겠지요

 

만남은 언제나 설레입니다

그래서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우리는 알고 있지요

다음에 만나기를 기약하면서

그들은 다른 길로 떠나 갑니다.

따듯한 손짓 보내면서.

 

 

그들이 가고 없는 휑한 곳

웃음보따리를 던져주던 그들이 떠나고 없는 자리

갑자기 정적이 밀려왔습니다.

그 정적을 피해

우리도 그자리를 떠났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