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에서
여기에 오거든
설렘을 거두고
묵묵히 걸으라
비밀스러운 비경도 없고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기암도 없다
갈 수 있는 만큼 가라
속을 다 보여주는 산줄기
굽이치는 장엄한 등줄기
하늘과 맞닿는 저 끝에
살아온 날들이 걸어가고 있다
부드러운 능선 위로
쉴 새 없이 넘나드는 바람처럼
저 멀리 요동쳐 갔다가
다시 돌아오길 몇 번인가
밤새도록 덕유산 산줄기가 되고 싶다.
梁該憬
2011. 2.13. 덕유산에서
설레임을 거두고
묵묵히 가야겠습니다
구만리 같은 산줄기를 따라
그저 홀로라도 아무것도 그립지 않은 산
그사람의 등줄기를 닮은 산을
가슴속에 강한줄기 흘러내리고 있는 것처럼
편안히 걸어갔습니다
남들이 고대하는 상고대
허리춤까지 차오르는 눈이 없어도
저멀리 하늘까지 닿는 산줄기면
이세상 다 가진 것 같이 행복합니다.
그사람 거기 없어도
그마음 다 안고 가는 것처럼
지긋이 멀리 난 길을 보며 한없이 걸어갔습니다
덕유산 거기 있어서
난 또 그대에게 가듯 짐을 꾸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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